소리없이 강하다. 얼떨 결에 마무리를 맡은 초보였지만 베테랑 소방수와 동급을 이룰 정도로 막강해졌다. 현대의 새로운 ‘옆구리 투수’ 소방수인 박준수(29)가 후반기 들어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박준수는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전서 1이닝 퍼펙트로 마무리에 성공, 시즌 26세이브째를 올렸다. 26세이브는 한화의 베테랑 마무리 구대성(37)과 공동 3위의 성적이다. 오승환(31세이브, 삼성) 정재훈(27세이브, 두산) 다음이고 5위인 나승현(롯데)과는 10개 차이가 나는 호성적이다. 이 정도면 선두 4강팀 마무리들이 올 시즌 구원왕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출발할 때 박준수의 보직은 ‘우완 셋업맨’이었다. 마무리는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강속구 투수 황두성이 맡았다. 하지만 황두성이 초반부터 불을 지르며 믿음을 주지 못하자 현대 벤치는 박준수를 마무리로 돌렸다. 그리고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현재 페이스는 기존 마무리로 어깨 수술에서 재활 중인 ‘조라이더’ 조용준(27)이 복귀한다 해도 박준수가 마무리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그 정도로 박준수는 ‘특급 소방수’로서 자리를 확고하게 굳힌 것이다. 박준수의 최고구속은 140km 안팎이다. 하지만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고 컨트롤이 안정됐다. 따라서 연타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강점이다. 올 시즌 26세이브를 쌓는 동안 블론 세이브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4월 28일 잠실 LG전서 3-2로 앞서 9회 등판했다가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0회 팀 승리로 승리 투수가 된 것이 유일한 블론 세이브이다. 동점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서는 3승을 올렸다. 현재 3승 4패 26세이브에 방어율 1.24로 '짠물 피칭'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막강 소방수’로 박준수가 맹활약하자 김재박 감독은 10일 경기 후 “박준수가 뒷문을 든든히 지켜줘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며 박준수의 진가를 인정하고 있다. 박준수는 자존심도 대단하다. 지난 6년간 주로 2군에서 뛰면서 1군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그는 “2군에서 주로 체력과 재활훈련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다. 그 덕분에 체력은 현재 자신있다. 또 언제든지 1군에서 던질 준비가 돼 있었다. 시즌 초반 ‘신데렐라’로 주위에서 말했지만 난 기분이 나빴다”며 1군 무대를 지배할 자신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요즘 타자들이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오지만 템포 조절로 피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잘해낼 자신이 있다. ‘박준수=불패’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며 남은 시즌서도 맹활약을 다짐했다. 올 시즌 현대가 최약체의 예상을 깨고 상위권으로 잘나가고 있는 요인 중에는 박준수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 박준수의 뒷문을 튼튼히 지키고 있기에 현대가 한국시리즈 대망의 V5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