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한국의 비지오라 불러다오'
OSEN 기자
발행 2006.08.11 11: 18

174cm 75kg의 다부진 체구. 빠른 발을 이용한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와 날카로운 타격. 가끔씩 터지는 홈런포에 2루와 외야를 모두 볼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정근우(24.SK)는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준다.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크레이그 비지오(41.휴스턴)가 바로 연상된다. 비지오는 19년간 타율 2할7푼 276홈런 1107타점에 409도루를 기록한 빅리그의 대표적인 재간둥이. 불혹을 넘긴 올해에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여러 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한국판 비지오가 따로 있나요" 경력은 일천하지만 정근우에게선 비지오의 환영이 엿보인다. 호타준족의 툴플레이어자 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근성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비지오의 냄새가 풍긴다.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SK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2년차인 올해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84경기에 나서 타율 2할9푼2리 5홈런 25도루로 코칭스태프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52경기서 기록한 타율 1할9푼3리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8개구단을 대표하는 2루수로 급부상했다. 정근우는 작은 체구에 비해 장타력이 돋보인다. 손목 힘이 워낙 좋아 임팩트 순간 엄청난 파워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문학 롯데전서 연타석 홈런으로 화끈한 파워를 과시한 그는 10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2회 선제 스리런홈런을 작렬,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최근 7경기 연속안타에 기간 타율 3할4푼4리(32타수 11안타). 홈런 3개에 타점도 7개나 된다. 도루도 2개를 성공시켰다. ▲몸 사리지 않는 투혼의 사나이 정근우가 돋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픈 몸에도 아랑곳 않는 헌신성이다. 지난 5일 문학 롯데전에서 왼손 중지와 왼 어깨를 다친 그는 사라지지 않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기 역할에 전념한다. 최근 야구가 잘 되는 데다 팀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꾹 참고 있다. 10일 경기 전 부상 부위에 얼음 찜질을 하는 그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조범현 감독이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큰 소리로 "전혀 이상 없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밝혔다. 물어본 조 감독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감돈 건 물론이다. 정근우는 영리하다. 5월과 6월 보약을 복용했는데 무더운 여름날 보약을 먹다가는 오히려 설사 등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아 8월 들어서는 자제하고 있다. 대신 강장제를 섭취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면서 남들이 지치는 삼복 더위에 오히려 힘을 내고 있다. ▲"신수와 함께 AG서 뛸래요" 정근우는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는 추신수(24.클리블랜드)와 부산고 동기동창이다. 프로 입문 뒤 한국과 메이저 무대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번 여름 나란히 맹활약을 펼쳐 양국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들의 가슴 속에는 소박한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오는 11월 말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혀 자랑스런 태극마크를 유니폼에 부착하는 것이다. 그 어떤 선수가 대표팀에 관한 꿈을 꾸지 않겠느냐만 이들의 의지는 하늘을 찌른다. "현재 컨디션은 매우 좋다. 손가락은 아프지만 팀을 위해서나 나 자신을 위해서도 지금 멈출 수는 없다"고 결연하게 말하는 정근우. SK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뒤 국가에서 불러준다면 올 겨울에도 자신의 한 몸을 불사를 각오라고 밝히는 그는 SK의 '러키 가이'임에 틀림 없다. workhors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