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피안타 완봉' 신재웅, "힘든 줄 몰랐다"
OSEN 기자
발행 2006.08.11 21: 31

"하나를 더 배우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끝까지 신중함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서 노히트노런이나 다름없는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둔 신재웅(24.LG)은 붉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땀을 뻘뻘 흘렸지만 미소를 잃지는 않았다. 다만 승리 후 인터뷰가 처음인 탓에 경기가 끝나고도 긴장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11일 잠실 한화전에 프로 첫 선발 등판한 신재웅은 8회까지 볼넷 2개만 내주며 노히트노런을 펼쳐 대기록 수립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9회 선두 신경현에게 좌전안타를 허용, 아쉬움을 삭혔다. 하지만 올 시즌 첫 1피안타 완봉승이란 대단한 소득을 거둘 수 있었다.
신재웅은 '미완의 대기'로 꼽혀왔다. 마산고 시절까지 투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동의대 1학년 때 팔꿈치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했다. 그러나 투수에 대한 의지를 꺾지 못하고 대학 2학년 말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4학년 때 투수로 재등장했다. 그리고는 지난해 2차 3번으로 LG에 입단했다.
신재웅은 이미 웬만한 야구팬들에겐 알려진 선수다. 지난 겨울 하와이 전지훈련 당시 '명 투수 조련사'인 레오 마조니 볼티모어 투수코치로부터 "메이저리그 감"이란 평가를 받아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전훈서 무리한 탓에 캠프 말기 페이스가 급격히 처졌고 급기야 올 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다. 2군에서 첫 두 달간 선발로 롱릴리프로 컨디션을 회복한 뒤 6월 3일 마침내 1군에 복귀했다. 처음에는 주로 패전처리용으로 기용되며 투구수를 점차 늘려가다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에서 148km의 강속구를 선보이며 3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양승호 감독 대행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생애 첫 프로 선발 등판서 막강 한화 타선을 상대로 8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벌이며 완봉승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힘든 줄 모르고 신나게 던졌다. 최근 꾸준한 투구수 조절로 힘이 붙으면서 직구 구속이 빨라져 자신감이 있었다"는 그는 "내가 무명이어서인지 한화 타자들이 성급히 덤벼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담 같은 건 없었다. 감독님이 2군에서 불러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노히트노런은 9회에 의식했는데 결국 깨졌다. 뭐가 부족했는지 침착하게 복기해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 대행은 "투수 로테이션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 신재웅이 잘해줘서 무척 고맙다. 한 달 전부터 선발로 내보내려고 준비를 시켰다"며 "투구수 80개를 처음 예상했는데 노히트 기록이 이어져서 계속 끌고 갔다. 9회 안타를 맞고 나서 바꾸지 않은 건 완봉도 대단한 기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workhors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