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언론에 가장 주목을 끈 구단은 LG 트윈스였다. 미국 하와이로 전지훈련을 떠난 LG는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조련사인 레오 마조니(58) 볼티모어 오리올스 투수코치를 특별강사로 초청해 화제를 모았다. 마조니 코치는 캠프에 오자마자 정열적으로 LG 젊은 투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면서 눈에 띄는 선수들에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만하다. 볼티모어로 데려가고 싶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마조니로부터 특별히 호평을 얻은 LG 젊은 투수로는 사이드암 우규민(21) 좌완 신재응(24) 그리고 우완 심수창(25) 등 3명이었다. 우규민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하다.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투구하라”고 조언했고 신재웅은 “볼티모어 선발진에 들어갈 만하다.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로 데려가고 싶다”라며 입맛을 다셨다. 또 심수창에 대해선 “올 시즌 주목할 선수”라고 평하면서 체인지업을 전수해줬다. 마조니 코치는 일주일간 LG 투수들을 가르친 후 떠나면서 “내 이름에 흠집내지 않도록 잘하라”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마조니 수제자 3인방’이 올 시즌 뜨기까지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했다. 시즌 중반까지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 못해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맸고 그결과 이순철 감독이 퇴진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마조니가 캠프에서 한 말들이 허언아니냐고 빈정대기도 했다. 서양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립서비스’수준의 말이 아니었겠냐는 것이 주류였다. 그러나 마조니의 눈은 정확했다. 시즌 초반 부상과 투구 밸런스 부조화 등으로 부진하던 마조니 수제자 3인방이 시간이 흐르면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조니표 체인지업으로 재무장한 심수창은 선발 로테이션의 붙박이로 자리를 잡고 특급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현재 9승 4패, 방어율 3.43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초반 우완 셋업맨으로 뛰던 우규민은 마무리로 돌아서서 ‘믿음직한 소방수’로 재탄생하고 있다. 3승 3패, 10세이브에 방어율 1.41의 ‘짠물 투구’로 연일 세이브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주로 2군에서 머물며 구위를 가다듬은 좌완 신재웅이 마침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하와이에서 마조니가 한 눈에 반하며 “볼티모어에 당장 가도 선발진에 합류할 만하다”며 칭찬했던 신재웅은 국내로 돌아와서는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야 했다. 그 탓에 1군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채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고 있던 신재웅은 지난 11일 잠실구장 한화전서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의 기회를 가졌다. 신재웅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9회 신경현에게 안타를 맞아 아깝게 노히트노런을 놓친 1피안타 완봉승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정도면 마조니의 평가가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만하다. 마조니가 제대로 평가하고 가르쳤음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야 빛을 내기 시작한 ‘마조니 수제자’들이 앞으로 LG 트윈스의 마운드를 이끌 동력으로 계속 맹활약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 겨울 하와이 캠프에서 신재웅을 지도하던 마조니 코치.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