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스파이 의혹’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 감독인 마티 브라운(43) 히로시마 감독이 오치아이 히로미쓰(53) 주니치 감독을 거론하며 사인 훔치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발끈한 오치아이 감독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태는 브라운 감독의 입에서 시작됐다. 지난 13일 요미우리와의 홈경기를 마친 뒤 브라운 감독은 “스포츠맨십이 결여된 팀이 있다. 분명히 불공정한 행위를 당했다”며 스파이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했으면 될 일을 브라운 감독은 스파이 의혹을 받는 구단과 감독의 실명까지 시원하게 밝혔다. “특히 주니치와 감독(오치아이)에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사인 훔치기, 구단 정보 빼내기, 부정 행위 등의 의혹 당사자로 센트럴리그 1위를 질주하는 주니치와 오치아이 감독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말을 듣고 얌전하게 가만 있을 구단과 감독이 있을까. 오치아이 감독은 지난 14일 히로시마와의 원정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되자 기자들을 불러모아 즉석 기자회견을 갖고“브라운 감독은 주니치 야구를 완전히 부정했다. 우리는 정해진 규칙안에서 정보를 채집한다. 구단에서 경비를 대고 스코어러들을 붙여 매일 보고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오치아이 감독은 이어 "법적 대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사과는 필요없다. 서면으로 증거를 남겨야 된다. 양대리그와 11개구단, 더 나아가 일본야구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강력 반발했다. 주니치 니시카와 구단 사장은 이날 히로시마 구단 사무소를 방문해 발언의 배경을 따지는 사태까지 이르러 파문을 쉽게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각 팀들의 정보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개 스파이라고 불리우는 7~8명씩의 전력분석팀을 꾸려 상대팀에 대한 정밀한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버릇뿐만 아니라 작전부터 사인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매일 보고서를 감독에게 올린다. 이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스파이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주니치 입단 첫 해인 96년 극도로 부진했는데 그 원인으로 타팀 전력분석원들의 집중해부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승엽도 2004년 지바 롯데에 입단한 뒤 똑같은 고통을 당한 바 있다. 요즘 한국프로야구도 전력분석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력분석팀을 강화하는 추세다. sunny@osen.co.kr 마티 브라운 감독=히로시마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