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봉 가다 죽을 뻔했어요”. 요즘 잘나가는 서정환(51) KIA 감독이 15일 광주 삼성전에 앞서 뜨거운 삼복 더위에 로또 당첨자가 나왔다는 광주 옥녀봉 일대를 등산하다 고생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얼굴 표정을 살펴보니 거의 죽다 살아온 사람 같았다. 사연은 이렇다. 서 감독은 휴식일인 지난 14일 광주 인근의 산행을 결심했다. 기러기 아빠인지라 광주의 숙소에서 가족없이 하루 종일 있기 힘들었다. 등산으로 땀을 빼면 상쾌해 질 것 같아 오후 4시쯤 집을 나섰다. 그런데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뀄다. 긴 팔 셔츠에 땀복을 겹쳐입고 긴 바지까지 중무장했다. 땀을 빼기 위한 나름대로의 복장. 그러나 아무리 오후 4시라도 여전히 삼복의 태양이 작렬하고 있었다. 이날 광주의 수은주는 섭씨 34도를 기록했다. 습도도 높은 그야말로 찜통 더위에 거의 자학성(?) 차림을 한 것이다. 산행 장소는 광주 금당산의 옥녀봉과 깃대봉. 일단 산에 오르는 순간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등산로가 가파른 데다 무더위가 장난이 아니었다. 옥녀봉을 지나 목표로 삼은 깃대봉이 보이긴 하는데 가도가도 정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2시간 고생 끝에 등정을 마쳤고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하산했다고. 그런데 옥녀봉은 최근 석 달 새 주변 편의점에서 세 번이나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산세가 평이한 산은 아니다. 혹시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는 서 감독이 영험한 기를 받으려고 삼복 더위에도 옥녀봉을 찾지는 않았을까. 때마침 서 감독의 이야기를 듣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그럴 듯한 해몽을 해주었다. “아마 서 감독은 4강이 걸렸으니 중간에서 내려오지 않고 4강 깃발을 꽂기 위해 깃대봉까지 기어코 갔을 것”이라고. 이 말을 들은 서 감독은 엷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