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6년 7월 24일 개봉한 ‘로보트 태권브이’는 서울 관객 18만명을 비롯해 당시 한국영화 역대 흥행기록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세월이 흘러 지난 7월 24일 태권브이는 탄생 30주년을 맞은 기념식에서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30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태권브이. ‘태권브이는 과연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태권브이를 만들어낸 김청기 감독이 그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김 감독은 광복절인 8월 15일 서울 남산 서울애니시네마에서 ‘로보트 태권브이 디지털 복원 단독상영 기념-작가와의 만남’에 나섰다.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먼저 “오늘(15일)이 광복절이라는 뜻깊은 날인데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감독은 “1975년 마징가Z가 우리말로 더빙돼 마치 우리 것인 양 상영됐다”며 “당시에는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있었고, 일본의 문화 침투에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또 “문화라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것을 봐야만 훗날 문화가 업그레이드되고 또 새로운 것들이 창출될 수 있다”며 태권브이가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제작됐다고 전했다. 특히 김 감독은 빵과 떡을 예로 들며 음식과 문화는 같다는 소견을 펼치기도 했다. “빵과 떡이 있다면 과거에는 떡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빵을 선택한다”며 외국의 문화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또 “마징가는 당시 단순한 선악구조와 폭력적인 것들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고,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자칫 우리 문화가 발붙일 곳이 없다는 위기감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태권브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김 감독은 “만약 마징가가 없었다면 태권브이는 훨씬 더 훗날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며 마징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태권브이가 나와서 마징가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8월 15일 광복절인데 당시 일본에서 무엇이 와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의미를 두기도 했다. 한편 이날 상영회에는 여름방학과 광복절을 맞아 태권브이 개봉 당시 열현팬이었던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 관객들이 자식들을 데리고 참석해 200석을 가득 메웠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는 태권브이와 관련해 심도있는 질문들이 이어져 태권브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날부터 오픈된 전시장은 북적북적했고, 아이들은 태권브이 종이마스크를 쓰고 마치 자신이 태권브이가 된 듯 기운차 보였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디지털로 복원된 태권브이를 보는 아이들은 76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권브이는 오는 27일까지 서울애니시네마에서 단독으로 상영된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