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무려 5000경기 출장을 눈 앞에 둔 심판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인 브루스 프로밍이 그 주인공. 환갑을 훨씬 넘은 66세의 노심판인 그는 오는 17일(한국시간)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기념비적인 5000경기 출장을 기록하게 된다. 프로밍의 삶은 메이저리그의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소시적 네브래스카스테이트리그, 노스웨스트리그, 텍사스리그, 퍼시픽코스트리그 등에서 마이너리그 심판으로 경력을 쌓은 그는 지난 1971년 메이저리그로 승격돼 올해까지 그라운드의 '명판관'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빅리그 경력만 올해로 36년째. 이 기간 중 무수한 선수들이 명멸해 갔다. 일부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일부는 스타플레이어로 황금기를 구가한 반면 대다수는 이렇다 할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채 조용히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아직까지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심판을 본 뒤 여기에 재미를 느껴 심판 유니폼을 착용하기로 결심한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 월급 400달러(약 38만 원)의 박봉을 견디며 메이저리그 심판의 꿈을 키웠다. 결국 빅리그로 올라서서는 강산이 3번 반이나 바뀔 때까지 심판을 천직으로 삼고 있다. 빅리그 36년간 올스타전 2차례, 디비전시리즈 8차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0차례, 월드시리즈 5차례 출장을 경험한 그는 역대 메이저리그 심판 중 최다 경기 출장 2위를 마크하고 있다. 1위는 1905∼1940년 내셔널리그 심판으로 재직한 명예의 전당 헌액자 빌 클렘. 클렘은 통산 5374경기 출장이란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웠다. 프로밍은 한 리조트 회사 CEO인 케빈(44)과 식료품 회사 마케팅 매니저로 재직 중인 스티븐(41)이란 중년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선 새파란 손자뻘 되는 선수들로부터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에는 LA 다저스 경기의 구심을 맡던 중 '악동' 밀튼 브래들리가 던진 헬멧과 방망이에 맞을 뻔한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판정을 문제 삼아 그를 비난한 감독과 선수는 이루 셀 수도 없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지난 36년의 세월은 참으로 오래된 기간이다. 이제 심판을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행운아"라며 빅리그 심판으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데 감사한다. 버드 실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이런 프로밍의 공로와 업적에 경의를 표했다. 각종 미 언론은 프로밍의 경력을 소개하며 그 어떤 스타플레이어보다 위대한 존재라고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선수 및 감독과 항상 그라운드를 지키는 야구의 3대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에선 항상 벗어나 있는 존재. 그러나 경기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만 하는 판관. 때로는 무거운 장비를 걸치고, 뜨거운 한 여름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5000경기 출장이란 금자탑을 쌓아올린 프로밍에게 미국 야구계는 축하의 박수를 멈추지 않고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