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실력이 나오나". 요즘 야구계에는 'LG 주의보'가 내려졌다. 침체에 빠져 어쩔 줄 모르던 초반과 달리 요즘 LG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11∼13일 잠실 한화와의 3연전에서 전승을 거둔 LG는 15일 롯데전서 연승 행진이 중단됐지만 경기 내용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매 경기 접전을 펼치는 것은 물론 승부처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11일 신재웅의 깜짝 호투로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며 3연패 사슬을 끊더니 이튿날에는 9회말 최길성의 결승 투런홈런으로 이틀 연속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뒀다. 13일에는 신입 용병 베로커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로 10-4 완승을 거뒀다. 비록 패했지만 15일 경기도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선발 정재복이 4회를 마치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지만 이승호 카라이어 김재현 우규민이 5⅔이닝을 5피안타 무실점으로 합작하면서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조인성은 올 시즌 최초로 4타수 4안타를 기록했고 이병규와 박용택 등 주포도 합작 5안타로 타선을 주도했다. 비록 1점차로 끌려가다 패했지만 경기 후반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며 역전 기회를 넘본 것은 덕아웃에도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양승호 감독대행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점을 높이 산다. 오늘처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잃어버린 팬들도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내용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LG는 8월 들어 가진 13경기서 6승7패를 기록했다. 시즌 승률 4할4리(36승 4무 53패)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월간 팀방어율(3.95)이 나무랄 데 없는 데다 팀홈런 9개(3위)를 기록하며 장타력이 살아나고 있다. 이 때문에 잔여 시즌 동안 LG를 만나게 되는 팀들은 전전긍긍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할 것 같다. 탈꼴찌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LG에게 자칫 발목이 잡히기라도 한다면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LG는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을 마치면 한화, KIA, 두산 등 4강권에 걸쳐 있는 팀들과 연일 경기를 치른다. LG의 최근 상승세의 비결을 구단 안팎에선 여러 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양승호 대행의 실력 위주 정책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선수들이 마침내 제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물건너 갔지만 카라이어-우규민이란 필승 계투 라인을 완성한 점, 최길성 등 진흙속 보석을 발굴한 점은 올 시즌 LG가 거둔 가장 큰 소득으로 여겨진다. 갖은 시행착오 속에 마침내 '해법'을 발견했다는 평가도 있다. 시즌 후반 LG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