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던 국가대표 출신 포수 권윤민(27)이 KIA 타이거즈의 2차 지명을 받고 국내 무대 복귀의 길을 열었다. 일부 구단들의 '한국야구 규약(1999년이후 한국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한 선수는 2년간 국내 구단과 입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을 앞세운 반대에 부딪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소송 끝에 드래프트 신청 길을 열고 KIA 구단의 지명까지 이끌어낸 권윤민으로선 이제 협상을 통해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꿈을 이루게 된다. 권윤민이 이처럼 극적으로 국내 무대 복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노력과 법원의 유권해석,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보이지 않은 지원에 힘입은 결과였다. 특히 구단들의 대표기구인 KBO가 일부 구단이 반대하는 권윤민을 지원한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KBO는 처음부터 권윤민을 2차지명 리스트에 올릴 계획이었다. KBO는 지난 6월 권윤민이 국내 복귀를 위해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2차지명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KBO는 구단들을 상대로 ‘권윤민이 2006년 10월이 지나야 2년 유예기간을 채우지만 어차피 시즌은 내년 4월에나 시작되므로 8월 2차 지명에 참여시키자’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 구단들의 의지가 확고해 KBO로서도 더 이상 권윤민의 드래프트 참여를 주장할 수 없었다. 결국 권윤민은 서울지방법원에 '2차드래프트 신청 자격 부여 가처분 신청'을 내며 투쟁에 들어갔다. 그리고 법원은 2차 지명이 있던 16일 오전 ‘권윤민이 2004년 10월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된 만큼 계약이 2006년 10월 이후 이뤄질 경우 KBO 규약에 저촉되지 않으며 직업선택의 자유에도 문제가 있는 규약이라고 판결’, KBO에 권윤민의 드래프트 신청을 받아들이도록 권고했다. 판결이 나온 후에도 KBO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판결은 권윤민의 승리로 결론이 났지만 KBO가 절차상의 문제나 시간상 촉박함을 들어 2차 지명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권윤민은 2차 지명에 참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권윤민의 복귀를 측면지원했던 KBO는 권윤민을 신속하게 드래프트에 참가시켰고 국내 무대 복귀를 이루게 해준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경기인 출신인 하일성 사무총장이 있었다. 하 총장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했다. 또 KBO가 선수권리 보호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점에서 권윤민 문제를 다뤘다”고 밝혔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