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에 나선 '베어벡호'에 즐거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비록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4위의 약체 대만이었지만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고참' 안정환(30)이 포문을 열자 한참 어린 '킬러' 정조국(22.서울)은 신난 듯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안정환과 정조국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충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만과의 2007 아시안컵 B조 예선 2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31분과 후반 9분 각각 팀의 첫 번째, 두 번째 골을 뽑아내며 핌 베어벡 감독에 데뷔전 승리를 안겼다. 당초 이 둘 중 한 명만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함께 출격한 이들은 베어벡 감독의 신뢰에 골로서 보답했다. 태극호 신구 킬러들의 의미있는 골퍼레이드였다.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컵"이라고 공언한 안정환은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토고전 역전골에 이어 위기에서 다시 한번 골을 터뜨리며 '역시! 해결사'란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0의 행진이 이어지던 전반 31분 안정환은 '주장' 김남일의 침투 패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가 나온 틈을 놓치지 않고 볼이 땅에 떨어지기 전 논스톱으로 툭 차넣었다. 남다른 발 재간을 자랑하는 안정환의 감각적인 골이었다. 선배가 물꼬를 트자 후배도 뒤질 수 없었다. 비행기에 오르기 앞서 베어벡 감독의 극찬을 받은 정조국은 후반 9분 이을용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볼을 띄워주자 골지역으로 달려들면서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문 안으로 때려넣었다. 골맛은 다른 어떤 골보다 달콤했다. 정조국은 A매치 데뷔골을 경험했다. 이어 정조국은 풀타임을 뛰며 베어벡 감독의 강한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해왔던 안정환과 '베어벡호'가 출범하면서 다시 떠오르고 있는 정조국이 나란히 이날 골을 터뜨림에 따라 공격수 주전 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다음 달 2일 열릴 이란과의 대회 3차전에서는 독일 월드컵에서 원톱으로 선발에 나섰던 조재진이 부상을 털고 복귀할 것으로 보여 주전 경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벤치에 앉아있던 신영록도 발 끝을 매섭게 돌리고 있다. 내년 아시안컵 본선 우승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소 16강을 목표로 내건 베어벡 감독은 '킬러'들의 활약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iam905@osen.co.kr 파주 훈련서 가진 미니게임서 볼을 다투는 정조국(왼쪽)과 안정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