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도 이런 승리가 있을까. LG가 믿기 힘든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프로야구사에 오래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승리의 주역은 정의윤이었다. 16일 잠실 경기 LG가 롯데에 7-9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 앞선 4타석에서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던 정의윤은 다시 방망이를 잡고 나섰다. 양승호 감독 대행은 최동수를 대타로 기용할지 여부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겨내는 것도 어린 정의윤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라 믿었다. 정의윤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급히 투입된 롯데 나승현을 상대로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기록, LG의 기적적인 10-9 역전승을 일구어낸 것이다. 정의윤은 전날 경기를 마친 뒤 표정이 밝지 못했다. 3-4로 LG가 추격하던 9회말 2사 2,3루에서 그만 3루땅볼에 그쳐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앞선 4타석에서의 부진과 전날 마지막 타석에서의 아픈 기억을 말끔히 씻는 장쾌한 3루타로 팀 승리를 이끌어낸 것이다. 전날 마지막 타석에서의 범타 때문에 밤잠을 못 이뤘다는 그는 "앞선 4타석에서 살아나가지 못해 부담이 컸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그리고는 "직구 하나만 노리고 타석에 섰는데 슬라이더가 들어오길래 가볍게 맞힌다는 생각으로 짧게 잡고 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끝까지 믿고 마지막 타석에서도 기회를 주신 감독님 덕분에 끝내기 적시타가 터진 것 같다"며 양 대행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잊지 않았다. 한편 양 대행은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모여져 기적적인 승리를 만든 것 같다"면서 "사실 정의윤 대신 대타를 내세울까도 고민했는데 어린 선수가 성장하려면 오늘 같은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 기회를 줬다. 결국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만족한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