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순애씨’,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6.08.18 09: 21

역시 그랬다. 실컷 웃다 보니 ‘가족’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에 다가와 있었다. SBS TV 인기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최순식 극본, 한정환 연출)가 결말을 향해 치달으면서 ‘웃음’의 색깔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마냥 깔깔대고 웃기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생각을 하면서 웃어야 될 형편이다.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드라마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주제는 역시 가정이다. 가정과 가족, 그리고 사랑이라는 본질에 다가가면서 마음은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고 있다. 돌이켜 보면 시작도 가정이었다. ‘불륜’이라는 별로 개운하지 않는 주제로 출발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뻑적지근한 단어를 시청자들의 머리 속에서 빼버렸다. 영혼이 뒤 바뀐 두 주인공 심혜진 박진희를 중심으로 요란스러운 에피소드를 엮어 가는, ‘코믹’이라는 방편을 택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웃음 주의보’가 내려진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무거운 주제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11, 12회에서 ‘어정쩡하게 돌아온’ 순애씨는 눈물범벅이다. ‘돌순씨’가 처음 제기했던 주제가 곳곳에서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현실 직면을 시작한 순애씨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아들 ‘찬’이다. 영혼과 몸이 따로 노는 엄마를 도무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서는 몸과 마음 어느 하나도 따로 놓을 수 없다는 메시지다. 순애와 초은의 영혼이 뒤바뀐 상황을 어른들은 그럭저럭 현실로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아이의 눈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엄마를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고 침대에서 눈물짓는 아들 찬을 보면서 순애는 가슴이 찢어진다. ‘돌아와요 허순애 엄마’라는 글귀가 새겨진 전단지를 아파트 게시판에 붙이고 있는 찬의 모습은 잃어버린 가정의 회복을 바라는 갈구다. 본의 아니게 젊고 예쁜 몸을 얻었지만 그것이 주는 만족도보다는 그로 인한 불행이 더 크다. 젊디젊은 초은의 몸과 묵은 장맛인 순애의 마음을 한꺼번에 가진 일석(윤다훈 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찬이 엄마와 한초은을 다 가졌지 않느냐. 횡재했네 뭐”라는 초은의 비아냥에 “찬이 엄마가 마음을 줘야 횡재를 하든지 대박이 터지든지 할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일석에겐 그야말로 덧없는 횡재수다. 초은을 향한 현우(이재황 분)의 마음도 아프기만 하다. “기억을 찾게 해주면 되지 않느냐, 기억이 없다고 네가 한초은이 아닌 건 아니지 않느냐”고 호소해 보지만 영혼이 뒤바뀐 현실을 인정할 형편이 아닌 현우는 눈물로써 답답한 마음을 대신할 뿐이다. 사랑의 가슴앓이를 시작한 현우의 마음 또한 뒤바뀐 영혼이 초래하는 슬픔이다. 가정과 사랑이라는 본질을 향해 막바지 항해를 시작한 ‘돌아와요 순애씨’는 지나가는 웃음이 아닌, 오래 머무는 눈물로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찡한 눈물로 호소하기 시작한 ‘돌아와요 순애씨’의 17일 방송 분(12회)은 23.1%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수목드라마 정상을 굳건히 지켰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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