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넙죽 넙죽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받아 삼키고 있다. 16일 1000만명까지 한국영화의 최단기간 관객 동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괴물’은 이제 최다관객에 도전하고 있다. 올 초 ‘왕의 남자’가 세운 1230만명 고지다. ‘왕의 남자’가 1000만명 동원에 걸린 시간은 45일. 이에 비해 지난달 27일 개봉한 ‘괴물’은 불과 21일만에 1000만 관객이 지켜본 4번째 한국 영화가 됐다. 현재 흥행 추세라면 기록 갱신은 힘들지 않을 전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동원력이 급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500여개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전체 스크린 수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언론과 영화계는 벌써부터 ‘괴물’이 최다관객 기록을 언제 깰 지에 신경을 쏟고 있다. 새 기록을 쓰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실은 아예 관심 밖에 뒀다. 막강한 배급의 힘을 믿는 까닭이다. CGV, 메가박스, 롯데 등 3대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황금 시간대에 상영관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이상 나머지 230만명 공략은 시간 문제라는 계산이다. ‘괴물’의 흥행 기록이 계곡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관객을 만나지않고, 댐에서 홍수 수위 조절하듯 인위적이라는 점은 문제다. 지난 주말까지는 여기 저기 극장을 다녀봐도 모두 ‘괴물’만 틀어댄거나 진배없다. 사전 선택없이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은 신문에서 극찬을 하고, 방송에서 연일 기록 갱신을 떠드는 ‘괴물’의 티켓을 끊는 게 당연했다. 또 다른 영화를 골라서 극장을 찾았어도 상영 시간이 맞지않아서 ‘괴물’을 봐야하는 경우 역시 허다했다. 이렇게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떠밀려서 ‘괴물’을 관람했을 때, 딱히 봉준호식 블랙 코미디나 액션에 알레르기 체질이 아니라면 이 영화는 흠잡을 곳이 드물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중에서는 완성도나 재미 등에서 상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에 등 떠밀리고, 극장주 전횡에 눌려서 ‘괴물’을 관람했을지라도 돈과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을 것이다. . 그러나 자주 극장을 찾는 영화팬들에게는 이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다. ‘왕의 남자’를 수십차례씩 극장에서 본 ‘왕남 폐인’들같은 ‘괴물 매니아’라면 또 모를까,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영화 감상을 즐기는 관객이 대다수일게 분명하다. 실제 인터넷 포털들에 실린 ‘괴물’ 관련 기사에는 이들의 불만 토로가 나날이 늘고 있다. 비근한 예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는 10일 개봉 이후 첫 주말까지 4일동안 40만명 관객을 불러들이며 힘을 냈다.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가운데 첫주말 최고 성적이다. 이 영화는 용산 CGV나 랜드 시네마에서 저녁 시간 상영 횟수가 없었다. 스크린 200개를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멀티플렉스에서의 황금 시간대 상영관 확보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방학철 가족 나들이에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이 정도의 스코어를 낸 것은 ‘괴물’의 독점적 스크린 확보에 대한 역수요가 충분함을 방증한다. 흥행 돌풍을 일으킨 ‘괴물’이 300여개 수준의 스크린으로 기록을 세웠던 ‘왕의 남자’와 달리 비난을 많이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장주들의 요청이라 어쩔수없었다”는 게 배급사 쇼박스의 주장이지만, 스크린 독점 논쟁이 불거진 시점부터는 자체 조정을 했어야한다는 게 영화인들의 지적이다. mcgwire@osen.co.kr ‘청어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