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기요하라, '생일' 같은 묘한 인연
OSEN 기자
발행 2006.08.19 09: 54

묘한 인연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0)과 오릭스 바펄로스의 기요하라 가즈히로(39)는 여러 가지 인연의 끈으로 연결돼 있다. 8월 18일은 이승엽과 기요하라의 또다른 인연을 입증해 주는 날짜다. 두 선수는 이날 도쿄돔과 고베 스카이맥스 구장에서 생일 잔치를 벌였다. 이승엽은 원래 음력 8월 18일 생일을 치르지만 선수 프로필에 이날이 생일로 올라 있어 팬들의 축하를 받았다. 기요하라 역시 38번째 생일을 맞아 기자단의 생일 축하 케이크를 받았다. 기요하라는 이날 라쿠텐 이글스전에서 시즌 9호 홈런을 터트려 통산 523호 홈런으로 생일을 자축했다. 2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대기록도 눈 앞에 두었다. 이승엽은 주니치전에서 홈런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중전안타로 3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두 선수의 인연은 없어 보였다. 자국 리그에서 간판 선수였을 뿐이었다. 기요하라는 일본 프로야구 대스타였고 이승엽은 한국 최고의 슬러거였다. 이승엽이 지난 2003년 56호 아시아홈런 신기록을 세우고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건너가면서부터 인연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승엽은 지바 롯데 소속이던 2005년 여름 올스타전에서 요미우리 기요하라로부터 배트를 선물 받았다. “승짱의 스윙에 반했다”며 자신이 쓰고 있는 손때 묻은 배트를 건네준 것이다. 한국계 선배이자 일본 프로야구 대스타의 갑작스러운 선물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후 두 선수는 요미우리 4번타자 선후배로 얽혀지게 됐다. 기요하라는 세이부 황금시대를 열고 97년 FA자격을 얻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4번타자로 기용됐다. 요미우리 64대 4번타자였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기대만큼 활약을 못했다. 결국 지난해 말 기요하라가 요미우리와 결별하고 오릭스로 옮겼다. 두 번째로 지휘봉을 잡은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팀 개혁을 원했고 구단도 기요하라가 노쇠 기미를 보이자 더 이상 잡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승엽이 지난 1월 요미우리에 전격 입단, WBC 홈런왕의 여세를 몰아 개막 4번타자로 기용됐다. 70대 4번타자로 기요하라의 직계 후배가 된 것이다. 기요하라는 이승엽이 올 들어 연일 홈런을 터트리며 센트럴리그 홈런킹 가능성이 높아지자 2006 올스타전 베스트선수에 뽑힌 뒤 “반드시 홈런왕에 오르길 바란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요하라는 부상으로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올스타전 최다득표를 받는 영예를 누렸을 만큼 인기는 여전하다. 잘 알려진대로 기요하라는 한국계다. 아무래도 모국에서 건너온 이승엽이 남같지 않았는지 자주 애정을 표시한다. 기요하라는 그다지 살가운 성격이 아니다. 별명도 조직의 중간보스를 뜻하는 '방초(番長)'다. 동료선수들이나 기자들이 무서워 할 정도다. 그러나 이 방초도 이승엽이 요미우리의 4번 직계후배가 됐고 홈런왕까지 노리고 있으니 대견스러웠을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자.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