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의 존재감을 보여달라". 일본 가 20일 이승엽(30.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최근 무홈런 부진을 짧게 보도하며 주문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미국의 한 신문이 (이승엽 영입에 대해)양키스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보도하는 등 이승엽의 내년 시즌 이적팀이 언급됐다'며 '33타석 동안 홈런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는 이승엽이 4번 타자의 존재감을 한 번 더 보여줄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승엽은 전날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도쿄돔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쳐 홈런 생산에 실패했다. 지난 10일 야쿠르트전 마지막 타석에서 36호 좌월솔로포를 작렬한 이후 8경기째 33타석동안 한 방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빗맞아도 홈런일 것' 같은 강렬한 기대감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장기간 무홈런 슬럼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2경기만에 홈런을 터트린 경우도 있었다. 지난 4월 21일 한신전에서 연장 12회 끝내기 투런홈런(5호)을 터트린 이후 시즌 6호 홈런을 5월 5일 야쿠르트전에서 기록했다. 11경기 46타석 동안 쾌음이 들리지 않았다. 타율 3할5푼2리에서 한때 2할대로 떨어지는 등 첫 번째 슬럼프기였다. 지금은 두 번째 슬럼프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일시적인 슬럼프이겠지만 타격 자세나 타구를 보면 잘 맞을 때의 이승엽이 아니다. 제대로 가격한 타구가 적고 스윙도 어쩐지 어색하다. 든든한 하체와 허리가 뒷받침된 스윙이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상대투수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이승엽을 상대, 실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주워 먹는 홈런이 없다는 이야기다. 또 야쿠르트 좌완 이시이 가즈히사가 '이승엽 공략법'으로 이야기한 대로 내외곽 구석구석을 폭넓게 이용하는 공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승엽 특유의 노려치기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승엽의 스윙이 타이밍을 뺏기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는 곧 상대 배터리가 볼배합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무홈런 슬럼프가 길어지다보니 이승엽도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고 타격폼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특유의 감각으로 안타(7안타)를 만들고 있지만 이승엽에게 새로운 숙제가 주어진 건만은 분명하다. 이승엽이 진화하면 상대도 진화한다. 그럼 이제는 다시 이승엽이 진화할 차례다. 그리고 이승엽의 홈런 맛에 익숙해진 팬들도 너무 오랫동안 굶주려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