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스타 박지빈이 가장 힘들었던 연기는?
OSEN 기자
발행 2006.08.20 10: 05

[기자수첩]영화 ‘아이스케키’는 1969년 전라도의 한 항구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국민 대다수가 하루 세끼를 제대로 먹기 힘들던 시절이다. 여인광 감독은 1975년생이고 엄마 역의 신애라가 겨우 1969년에 태어났다. 그러니 박지빈 장준영 등 사실상 주연인 아역배우들에게 영화의 시대 배경은 호랑이 담배피던 옛날 얘기나 다름없다. 여 감독은 시사회후 기자회견에서 “스태프 중에서도 1969년 당시를 살아본 사람은 없고 나는 당연히 그 시대를 모른다. 작가가 살아온 시절을 글로 읽고 마음으로 이해할 뿐이다. 그건 바로 유년시절의 아스라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연도가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들 누구에게나 어렸을 때 기억은 뭔가 지금보다 부족하고 아쉬운 게 많았던 시절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밀수 화장품을 파는 엄마(신애라)와 둘이 사는 영래(박지빈)는 학교 월사금을 제 때 못내서 선생님에게 혼이 나지만 밝고 건강한 소년. 엄마가 숨기는 아버지 얘기가 항상 불만이었다가 동네 아줌마에게 서울대를 나온 자신의 아버지가 서울에 산다는 사실을 듣고는 차비 벌기에 나선다. 아이스케키 통을 짊어지고 장사에 나선 영래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잔잔하게 이어지는 ‘아이스케키’의 스토리는 40대 이상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나이 어린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마치 먼 나라 이야기거나 SF영화를 보는 듯 하겠지만. 지난해 ‘안녕 형아’로 해외 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아역스타 박지빈(11)에게 물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연기가 가장 힘들었냐고. “아이스케키를 친구와 한번씩 돌아가며 빨아먹는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친구 입에 들어간 아이스케키를 어떻게 맛있게 먹을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고 털어놨다. 영화속 영래는 아이스케키 장사에 나서지만 아이스케키를 먹어보지 못했다. 그에게 이 장사를 권한 고아소년 송수도 마찬가지. 이 둘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드디어 아이스케키 하나를 통째로 꺼내서 한번씩 진하게 빨아가며 우정을 나눈다. 나눠먹는 케키는 절대 깨물어 먹으면 안되는 당시 골목사회의 철칙을 이들이 알수있었을까. 하긴 찌개를 같이 떠먹는 점심 자리를 불편해하는 후배들이 속속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한 게 꽤 오래전이다. 남이 먹던 숟가락을 담근 음식이라니, 애써 눈치껏 덜어먹는 그들을 보며 괜히 머쓱해지곤 한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남의 입에 들어간걸 어떻게 먹을수 있다는 건지”라며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던 박지빈의 모습에서 새삼 하나 5원짜리 불량식품 ‘아이스케키’가 그립다.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mcgwire@osen.co.kr MK픽처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