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전준호가 본 '후계자' 이종욱-정근우
OSEN 기자
발행 2006.08.21 09: 45

오랫만에 후끈한 ‘도루왕’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싱싱한 젊은 신예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다. 올 시즌 혜성같이 나타난 두산 ‘쌕쌕이’ 이종욱(26)과 SK ‘공굴리기’ 정근우(24)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톱타자로서 갖춰야 할 공수주 3박자를 보여주며 팀 공격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빠른 발을 앞세운 뛰어난 도루 능력으로 올 시즌은 물론 앞으로도 도루왕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라이벌이다. 왕년의 도루왕인 ‘대도’ 전준호(37)는 지난 한 주 두산, SK전을 치르면서 이종욱과 정근우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본 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한 둘의 플레이에 타팀 후배들이지만 프로야구를 짊어질 ‘대도 후계자’로 부족함이 없는 것이 뿌듯했던 것이다. 지난 16년간 프로생활을 하면서 도루왕 3차례, 통산 도루 1위 등 한국야구 최고기록인 ‘16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고 있는 전준호는 둘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했다. 전준호는 일단 둘에 대해 “열정이 있는 아주 예쁜 후배들이다. 도루 능력은 모두가 뛰어나다. 결국 출루율이 도루왕을 결정지을 것이다. 앞으로 수 년간 도루왕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좋은 라이벌이 될 것이다. 라이벌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둘에 대한 전준호의 평이다. ▲눈이 좋아졌다(이종욱)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영남대 후배이지만 종욱이가 현대에 있을 때는 주로 2군에 있어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번 3연전을 치르면서 종욱이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자세히 지켜봤다. 눈이 좋아진 것 같다. 도루를 하려면 투포수의 움직임 등 내야진 전체의 흐름을 잘 파악해햐 하는데 종욱이가 이 점이 좋다. 그래서 스타트가 돋보인다. 근우와 비교할 때 이 점에서 앞선다고 본다. 허슬플레이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어떻게 보면 조금 무리다 싶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정말 감탄스럽다. ▲스피드와 슬라이딩이 좋다(정근우) 스피드가 대단하다. 발동이 걸리면 어떤 선수보다도 빠르다. 여기에 안전하게 베이스를 파고드는 슬라이딩이 일품이다. 슬라이딩을 잘하는 것은 도루에 있어 중요한 항목이다. 특히 부상 방지를 위해선 안전한 슬라이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도루도 계속 양산해낼 수 있다. 근우가 전체적인 스피드와 슬라이딩 능력에서는 종욱이보다 앞선다고 본다. 국내 프로야구 통산 도루 선두인 전준호는 ‘이종욱이 현대에 그대로 있었으면 좋은 경쟁자가 됐겠다’는 물음에 “경쟁은 무슨. 이제는 좋은 후배를 키울 때다. 현대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쓸 만한 톱타자감 구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한 팀에 있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한편 정근우는 2년 선배인 이종욱과 도루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올해는 시즌 초반 많이 뛰지를 못해 힘들 것 같다. 남은 경기수도 적어 무리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좋은 경쟁을 벌이겠다. 종욱이 형이 번트 안타 능력과 스타트에서는 나보다 낫다”며 내년 시즌 좋은 승부를 예고했다. 정근우는 대학시절(고려대) 항상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훈련을 하면서 스피드가 향상됐다고 한다. 100m를 11초5~8에 끊을 정도로 스피드가 뛰어난 그는 “다리 근육은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며 앞으로도 계속 달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정근우의 빠른 발에 혀를 차면서 서커스에서 발로 ‘공굴리기’하는 곡마단원과 같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이종욱과 정근우는 현재 각각 35개, 31개로 도루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종욱이 4개차로 앞서 있어 올해는 부상 변수만 없으면 이종욱의 도루왕 등극이 예상된다. sun@osen.co.kr 이종욱(왼쪽)-정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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