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괴물을 강조하기보다 가족애를 부각시켜라.' 올 여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봉 9개월전부터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짠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괴물' 투자사인 쇼박스와 제작사 청어람, 광고대행사 데이브컴퍼니로 이뤄진 타스크 포스팀(TF Team)은 한 리서치 전문기관에 '괴물'이 어떤 마케팅 컨셉을 갖고 가야하는가의 조사를 의뢰했다. 경제계에서 자주 쓰이는 '소비자 사전분석'이란 과학적 조사마케팅을 영화쪽에서 접근한 것이다. '소비자 사전조사'는 일반 기업체의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이뤄진다. '괴물'도 영화 제작단계부터 500만 관객 돌파를 목표로 내걸고, 기존의 주 타겟인 20대 뿐만 아니라 30대까지 파고들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이번 조사를 맡은 매트릭스가 밝힌대로라면 '괴물'의 당초 목표가 500만 관객 동원에 2030 세대 확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100만~1000만까지 최단기간 관객동원 기록을 모두 다시 쓴 '괴물'은 올초 '왕의 남자'가 세운 1230만 한국영화 최다흥행기록 갱신을 위해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제작진의 당초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폭발적인 흥행이다. 2030세대는 물론이고 50~60대 장년층까지 '괴물'을 보기위해 극장 나들이에 나서는 '괴물' 신드롬을 낳고 있다. 매트릭스는 조사를 통해 '괴물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특수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 직접 드러내는 것보다는 한국적 정서에 맞는 가족애를 부각시킨 재난 컨셉이 사람들에게 볼거리가 풍부한 스펙터클 영화로 보여지며 더불어 감동과 공포를 배가시킨다'는 결론을 '괴물' TF팀에 전달했다. 이같은 소비자 사전조사의 결과는 영화 후반 작업에 상당히 반영된 게 분명하다. '괴물'은 홍보 시작단계에서부터 봉준호 감독이 직접 나서 "괴수나 괴물 영화로 보지 말아달라. 가족애를 그린 영화"라고 설명하는 등 CG와 특수효과 등에 대한 관객 기대치를 줄이려고 애썼다. 영화 제작비의 절반 가까운 40억여원을 들여 괴물 CG 작업을 벌였음에도 그 홍보 가치를 스스로 낮춘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 전략은 주효했다. 한국영화로는 완성도 높은 CG였지만 10~20배 제작비를 쏟아붓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 입장에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았기 때문. 영화사측과 감독이 일찌부터 강조한 '가족애'가 변희봉, 송강호 등 출연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호연과 함께 힘을 얻으면서 '괴물'은 대박 흥행을 터뜨릴수 있었다. mcgwire@osen.co.kr '청어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