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산드라 블록과 전지현이 같은 배역으로 연기 대결을 펼쳤다. 한국영화 '시월애'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레이크 하우스'에서다. 2000년 9월 개봉한 '시월애'에서 이정재와 애절한 사랑을 나눈 전지현은 당시 20살. 풋풋한 햇과일마냥 상큼하고 청순한 미모로 멜로에 도전한 그녀는 '1998년 1월엔 눈이 많이 왔어요. 감기 조심하세요'란 편지로 한 남자와 시 공간을 사이에 두고 교감을 시작한다. 지난달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레이크 하우스'의 산드라 블록은 톱스타 키아누 리브스와 짝을 이뤘다. 올해 나이 42세. 리메이크작이라지만 20살 전지현과 같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풍기는 느낌이 확 다를수 밖에 없다. 먼저 영화속 패션. 브록은 이번 영화에서 파스텔톤의 이지룩(Easy look)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극중 직업이 의사로 바뀌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는 니트와 청바지 차림으로 지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사랑과 인생을 어느 정도 알게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다. '시월애' 출연 당시 섹시한 CF 스타로 유명했던 전지현도 영화속 배역을 따라 단정하고 깔끔한 패션 코드를 선보였다. 주로 모노톤의 장식을 배제한 코트와 일상복을 입었다.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을 강조해 사랑의 상처에 아파하는 젊은 여심을 두드러져 보이게 했다. 무엇보다 두 영화의 차이점은 블록의 성숙함과 전지현의 풋풋함이다. 연기 경력에서도 그렇다. 1987년 데뷔한 블록은 '데몰리션 맨' '스피드' '크래쉬' 등 숱한 영화에 출연한 관록을 자랑한다. 전지현에게 '시월애'는 두번째 영화다. 미국 시카고(레이크 하우스)와 제주도 옆의 우도(시월애)의 그림같은 풍광이 다르고, 시간 설정도 1998~1999년(시월애)과 2004~2006년(레이크 하우스)로 바뀌었지만 두 영화는 같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쌍둥이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시월애'와 '레이크 하우스'의 감성이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주연 여배우 둘 사이에 놓여진 20여년 긴 세월 때문이다. mcgwire@osen.co.kr '올댓시네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