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 올 하반기 프로리그가 양대 게임 방송국의 다툼으로 출발부터 위태롭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신경전 가운데서 한국e스포츠협회가 속앓이를 하는 형국이다.
용산에 새로 마련된 e스포츠 상설경기장 사용권이 발단이 됐다. 스타크래프트의 프로리그가 해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면서 게이머들의 숙원 사업으로 완성된게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 스타 프로게이머들에 열광하는 팬들이 보다 편한 환경에서 게임을 관람할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다.
지난 연말 협회가 인수할 당시 이 경기장은 기대와 달리 공사 미비 등으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고 정규 리그를 진행하기 힘들 정도 수준으로 지적됐다. 그러자 온게임넷이 리모델링에 나섰고 후기리그부터 경기를 개최키로 했다. 이에 MBC게임은 "온게임넷 프로가 일주일 내내 제작되는 상설경기장에 우리가 사용료를 내고 들어가는 건 말이 안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협회는 "무슨 소리냐. 용산 경기장의 사용권은 협회에 있다"고 반발하는 중이다. 협회 것이라면서 온게임넷의 힘으로 경기장 리모델링 작업을 벌인 사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MBC게임도 바로 이 점을 시빗거리로 삼고 있지만 경기 개막을 불과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팬들을 볼모로 힘 겨루기를 벌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홀로 서기를 못하고 양대 게임 방송에 휘둘리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위상이 이번 사태를 부른 셈이다. 프로리그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누린 덕분에 빠르게 성장한 게임 방송들도 리그와 협회에 대한 영향력 키우기에 골몰하기 보다는 방송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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