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월화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조정화 극본, 김종혁 연출)은 잔잔하다. 폭소와 절규보다는 미소와 페이소스로 호소한다. 뇌파를 자극하는 거친 장면은 없지만 그 잔잔함의 힘은 오래도록 깊이 간다. ‘천국보다 낯선’은 무자극성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봄 햇살이나 가을의 선들바람을 맞는 듯하다. 한여름의 뙤약볕, 초가을의 태풍, 한겨울의 북풍한설에 익숙해 지고 있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볕도 바람도 분명 잔잔하다. 그래서 형편없는 시청률을 받아 본다. 시청자들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한, 유행에 뒤떨어진 드라마라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그 어느 작품보다도 ‘제대로’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구성과 흐름은 매우 치밀하다. ‘100% 영화 제작 스태프가 만드는 드라마’라는 제작사의 초기 설명처럼 영화적인 작법이 드라마 전반에 흐르고 있다. ‘순수의 시대’와 ‘봄날’을 연출했던 김종혁 감독의 영상미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시청률 경쟁에서는 고전하고 있을까. 무자극성이다. 업계에서는 흔한 말로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한다. 더군다나 경쟁 드라마로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주몽’이 있다. 자극 없는 ‘천국보다 낯선’은 생각하고 느끼는 드라마이다. 배우들에게 ‘약간’만 몰입하면 감정이 순화되는 작품이다. 문제는 시청자들에게 그 ‘약간’의 여유도 없다는 데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서,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발견해서, 작품이 탄탄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천국보다 낯선’을 보게 된 사람들은 작품과 감정을 깊이 있게 교류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그 교류의 현장이다. 최근 주인공인 김민정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한결같이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주위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해주는 스태프, 덕분에 지치고 피곤해도 힘이 불끈불끈 나요. 더 많은 분들께 힘이 되고 웃음이 되고 눈물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많이 아쉽네요”라고 적었다. 저조한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행간에 절절히 녹아 있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게시판에 남기는 드라마 평은 연기자들이 느끼는 아쉬움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훈훈한 뒷이야기도 있다. 지난 8월 23일에는 주인공인 이성재 팬클럽이 SBS 일산 제작센터를 찾아 조촐한 생일 파티를 선물했다. 이성재는 예고 없는 팬들의 방문에 놀라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북받쳤다. 또한 24일에는 또 다른 주인공 엄태웅의 팬들이 드라마 제작 현장을 찾아 출장뷔페로 점심을 대접하기도 했다. 엄태웅 등 연기자들도 드라마 OST 사인CD를 선물하는 등 마음을 주고 받았다. 결국 시청률만 빼면 어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드라마다. 좋은 연기자들이 있고 교감이 이뤄지는 팬들이 있고 열심히 하는 스태프가 있는 드라마다. 그래서 그들은 “그래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지 모른다. 100c@osen.co.kr 환하게 웃고 있는 ‘천국보다 낯선’의 세 주인공 이성재 김민정 엄태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