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K리그의 위건", 정해성 감독
OSEN 기자
발행 2006.08.27 11: 30

"프리미어리그에 위건이 있는데 이 팀을 잘 살펴보니 우리과 비슷한 점이 많더라고요".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감독이 지난 26일 열린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뜬금없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말을 던졌다. 무슨 말인가 들어봤더니 팀 성격이나 행보가 비슷하고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팀이 위건이라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설기현(레딩)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지난 시즌 승격한 위건은 첫 시즌 10위에 오르며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강등 걱정이나 하라'는 주위의 기우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결과였다. 스타 선수없이 이룬 결실이었다. 올 시즌도 잘 나가고 있다. 개막전에서 강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1-2로 아쉽게 패한 위건은 이날 설기현이 뛰고 있는 레딩을 1-0으로 격파하면서 첫 승을 따내 비교적 순조롭게 '2년차' 시즌을 출발했다. 제주도 유사하다. 지난해 제주(당시 부천 SK)는 후기리그에서 승점 1 차로 성남 일화에 뒤져 2위를 차지했다. 간발의 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분명 이변 중의 이변으로 기록됐다. 역시 유명 선수 한 명 없이 이룬 쾌거였다. 올해 들어서는 연고지 이전 여파로 전기리그에서 최하위로 추락했지만 컵대회에서는 우승 경쟁을 벌이는 등 선전했고 후기 개막전에서는 쾌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 감독은 위건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역할 모델로 삼기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직후 잉글랜드로 날아가 위건은 물론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돌며 시스템 및 전술을 꼼꼼히 파악하는 등 벤치마킹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일 월드컵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영표와 최근 통화를 갖고 물색 작업을 마쳤다. 또한 정 감독은 긴 안목을 갖고 팀 재건에 나서고 있다.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이같은 정 감독의 의견에 동의, '젊은 피 발굴 육성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돌풍의 일익을 담당했던 김한윤(서울)과 고기구(포항)를 내보내며 전기리그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냈지만 제주는 3년간 착실히 세대 교체를 이룬 결과로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수원전 선발 명단 대부분이 20대 초중반 선수들이었다는 점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위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K리그에는 아직 업다운제가 없기 때문에 '젊은 피'들을 꾸준히 기용하며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가시적인 성적은 내지 못하겠지만 "길게 보자"는 게 정 감독의 생각이다. 프리미어리그 '공부'를 하면서 유소년 시스템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항상 공부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정 감독이 그의 바람대로 제주를 '제2의 위건'으로 키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iam905@osen.co.kr 정해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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