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들통난 베이커의 마법
OSEN 기자
발행 2006.08.29 06: 11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더스티 베이커는 '마술사'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시절 그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매 시즌 팬들에게 보답했다. 지난 2002년에는 월드시리즈에까지 진출해 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루기도 했다. 그런 그를 시카고 컵스는 눈여겨 보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이 만료된 2003년 재빠르게 그를 낚아챘다. 매년 해볼만 하다는 전력을 갖고도 이상하게 안 되는 팀의 운명을 바꿔놓을 적임자라고 봤다. 실제 컵스는 2003년 77승 74패(승률 0.534)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베이커의 마법은 컵스에서도 통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른바 '염소의 저주'로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올라서지 못한 뒤 컵스와 베이커의 운명을 저물기 시작했다. 이듬해 승률 5할4푼9리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으나 디비전 3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4할8푼8리의 처참한 성적으로 4위에 머물렀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시작한 2006년. 컵스는 초반부터 '약먹은 병아리' 꼴이 되고 말았다. 케리 우드, 마크 프라아어 등 특급 선발 2명이 부상으로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한 데다 주포 데릭 리 마저 손목골절로 부상자명단(DL) 신세를 지고 있다. 그 결과 올 시즌 성적은 4할1푼5리(54승76패)에 불과하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음은 물론이고 3∼4번 패한 뒤 한 번 이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컵스는 29일(한국시간)까지 최근 10경기서 2승8패, 최근 3연패 중이다. 이런 베이커에 대한 시카고 지역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지역 스포츠라이도에서는 연일 그를 비난하는 비평이 난무하고 팬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컵스 팬들은 연일 "베이커를 해고하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베이커의 가장 큰 '우군'이었던 짐 헨드리 단장도 태도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간 "감독 교체는 없다"고 못박아오던 그는 "베이커는 잔여 시즌 동안만 임기가 보장됐을 뿐"이라며 안면을 바꿨다. 베이커는 올해로 컵스와 4년 계약이 끝난다. 현재로선 그가 내년에도 컵스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본인도 위기의식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 그는 시카고 지역지들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건 구단의 결정에 달렸을 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베이커는 노장을 중용하기로 유명하다. 젊은 유망주 보다는 즉시 전력감인 베테랑 위주의 선수기용으로 '명감독'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컵스에선 이런 방식이 영 통하지 않는다. 주축 선수들은 부상에 시달리고 기대를 건 노장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어쩔 수 없이 기용한 루키들은 빅리그의 벽에 막히기 일쑤다. 지난 28일에는 LG에서도 뛰었던 29살의 '신인' 레스 왈론드를 내세웠지만 '역시나'였다. 시즌은 아직 남아 있지만 베이커와 컵스의 인연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마술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 시간이 길어질 수록 '사기'라는 심증을 굳히며 "당했다"고 여긴다. 컵스 팬들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베이커의 마술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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