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00승이란 대기록을 수립한 송진우(40. 한화 이글스)는 집념의 투수다. 굳이 현역 최고령 투수란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가 프로 18년간 쌓은 금자탑은 단순히 오랜 세월 현역으로 활약했기에 이룬 것만은 아니다. 송진우는 프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거듭했다. 사실 그가 이토록 오랜 기간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소시적 불같은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던 스타일이 나이를 먹으면서 퇴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1995년을 마지막으로 송진우는 야구 인생의 기로에 섰다. 그해 15승9패 방어율 3.25를 기록한 그는 97년부터 2년간 각각 6승에 그쳤고 방어율은 5점대를 바라볼 정도로 치솟았다. 탈삼진수 역시 70개를 넘지 못했다. 98년 당시 그의 나이는 32세. 누구나 "한물 갔다"고 고개를 저을 때였다. 그러나 송진우는 생존법을 찾아냈다. 강속구를 던질 수 없다면 제구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변신을 선언했고 이는 그의 야구인생 후반기를 규정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99년 15승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후 7년간 무려 87승을 추가했다. 연평균 13승에 육박하는 성적으로 지난해까지 통산 승수(193승)의 45%를 야구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에 거두었다. 그리고 불혹을 맞은 올해에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토록 고대하던 200승을 거두면서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을 마침내 수립한 것이다. 송진우는 "예전 스타일을 고수했으면 내 야구 인생은 일찌감치 막을 내렸을 게 뻔하다. 젊었을 때는 무조건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야 하는 줄 알았지만 생각을 바꿔보니 이렇게 야구가 쉽고 재미있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겨울 2년 14억 원에 한화와 FA 재계약을 체결한 뒤로는 "한화와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어려울 때 구단이 나를 많이 도와줬다. 한화는 내게 고향과 같은 팀이다. 200승은 물론 마지막 선수생활도 한화에서 마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선 나이와 연륜에서 묻어나는 어떤 철학이 발견된다. 단순히 '야구관'을 넘어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숙지해야 할 '모범답안'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89년 프로 무대에 입문한 그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엔 4번이나 새로운 인물이 들어섰다. 구단 사장과 감독도 여러 명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높은 마운드 위에 올라 두 눈을 부릅뜨고 공을 던진다. 그의 야구 인생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지만 송진우라는 세 글자가 이미 한국 야구사에 또렷이 새겨진 것만은 분명하다. workhorse@osen.co.kr 광주=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