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30, MSV 뒤스부르크)과 박주영(21, FC 서울)에게 드디어 시련이 닥쳐왔다. 이 시련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었기에 안정환과 박주영 본인에게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2일과 6일에 열리는 이란 및 대만과의 2007 아시안컵 예선 홈 2연전에 나설 25명을 발표하면서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안정환과 박주영의 이름을 뺐다. 안정환의 경우 이미 베어벡 감독이 한 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베어벡 감독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해외파 선수들을 보러가기 위해 출국하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안정환이 하루라도 빨리 소속팀을 정하는 것이 선수 개인이나 대표팀으로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베어벡 감독이 완곡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결국 소속팀을 정하지 못한 선수에게 대표팀에 낄 자리가 없음을 암시한 것이다. 여기에 베어벡 감독은 "굳이 빅리그가 아니라 네덜란드 등 다른 리그로 갈 생각이 있고 안정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단이 있다면 안정환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 줄 용의가 있다"고 말해 다리를 놓아줄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안정환의 신분은 변한 것이 없었고 대만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음에도 대표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또 박주영의 탈락 역시 본인의 슬럼프에 기인한 것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박주영은 독일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치르면서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오기는 커녕 떨어졌다는 평가다. 결국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정조국에게까지 밀려 벤치 신세로 전락했고 지난 26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 45분도 버티지 못하고 교체되어 나오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이유로 대표팀에서는 더더욱 설 자리가 있을리 없다. '대학 선배' 이천수(울산 현대)는 물오른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고 설기현(레딩)까지 버티고 있어 좌우 날개 공격수에 낄 자리가 없다. 하지만 모든 인생사는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안정환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미국과의 동점골, 이탈리아와의 골든골을 비롯해 독일 월드컵 토고전 역전 결승골을 기록했고 박주영은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 극적인 동점골과 쿠웨이트전 득점으로 독일 월드컵 진출권을 한국에 안기는 등 한국 축구사에 한 페이지를 썼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시련에서 벗어나 다시 부활의 나래를 편다면 안정환은 선수생활 마지막 아시안컵에 다시 포함될 수 있고 박주영 역시 공격수 계보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tankpark@osen.co.kr 파주 대표팀 훈련서 나란히 볼 트래핑하고 있는 안정환(왼쪽)과 박주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