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보는 '연애참’, 그 참을 수 없는 무거움
OSEN 기자
발행 2006.08.30 15: 31

[OSEN 리뷰]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까칠하다. 시작부터 육두문자가 왔다갔다 하더니 무자비한 육탄전으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육탄전이야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자와 남자 사이의 그것은 아무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마련이다. 이쯤 되면 연애는 전쟁이다. 특히 김승우가 장진영을 헤드락으로 제압한 후 주먹으로 머리를 강타하는 장면은 여간 찝찝한 게 아니었다. 장진영이 룸살롱 아가씨인 것도 마음에 걸렸고 김승우에게 결혼을 약속한 또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출발부터 마음이 놓이지 않는 남자와 여자였다.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끝났으면 좋으련만 마음이란 게 어디 머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줘야 말이지. 결국 남자와 여자는 가볍게 시작한 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경박하게 만드는 육두문자와 육탄전이 솔직한 사랑의 극단적인 표현방법이라고 한다면, 과장되거나 포장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순수한 생각도 든다. 여자의 사랑은 거칠지언정 순수했고 가볍지도 않았다. 다소 광기어려 보이는 여자의 행동도 어쩌면 결코 가벼운 연애가 아님을 온몸으로 열심히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도 크게 달랐던 것 같지는 않다. 가볍게 시작한 것이 분명했고 그 관계를 가볍게 즐긴 것도 사실이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그 사이에서 어정쩡한 관계를 지속시켜 왔기 때문에 ‘비난받아 마땅한 놈’이 돼버렸지만 저 하나 때문에 바닥에 고꾸라진 여자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마지막 모습은 어쩐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남자에게도 여자는 가벼운 연애의 대상이 아니었나 보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연애가 원래 가볍다고 하는 것도 같고 그 가벼움이 싫다고도 하는 것 같다. 가벼운 사랑 때문에 아파한 적 있고 그런 사랑을 한번쯤 꿈꿔본 적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 하지만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끝나지만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장난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발전하는 룸살롱 아가씨와 우유부단 뺀질남의 연애담을 그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9월 7일 개봉한다. oriald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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