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을 피해가자’. 히로시마 카프가 실점 위기에서 2게임 연속 이승엽(30. 요미우리 자이언츠) 기피작전을 펼쳤다가 역효과를 낳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승엽은 30일 히로시마 카프와의 후쿠오카 야후돔구장 홈 경기에서 상대 선발 노장 사사오카 신지(39)에게서 2회 말 첫 타석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2루타(시즌 26개째)를 뺏어냈다. 29일 히로시마전 5, 7회에 이은 3연타석 안타였다. 후속 고쿠보의 안타와 니오카의 적시타로 이승엽이 홈을 밟아(시즌 89득점째) 요미우리가 선취점을 얻었다. 1-0으로 요미우리가 앞선 6회 1사 2루 상황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히로시마 마티 브라운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가 지시를 하고 내려온 다음 사사오카가 이승엽을 고의 볼넷으로 내보냈다. 4회에 중견수쪽 깊숙한 타구가 아깝게 잡혔던 이승엽으로선 모처럼 타점을 올릴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컸을 터였지만 요미우리는 후속 고쿠보의 적시타 등 3타자 연속 안타로 사사오카를 두들겨 3점을 보탰다. 브라운 감독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실점 위기를 맞자 이승엽을 그냥 출루시키는 작전을 택했으나 결과는 실패. 29일 히로시마는 0-1로 뒤지고 있던 6회 1사 3루 때 이승엽을 고의 볼넷으로 내보냈다가 후속 고쿠보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고 0-2로 끌려갔다. 이틀 연속 히로시마가 이승엽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사오카는 1991년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과 다승 1위에 올라 사와무라상과 최우수선수(MVP)상을 양손에 거머쥐었던 이력을 지닌 일본 정상급 투수. 비록 근년 들어 노쇠현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긴하지만 아직도 관록으로 버티고 있는 사사오카도 결국 이승엽에게 무너진 셈이 됐다. 사사오카는 2005년 5월18일과 6월1일 이승엽에게 홈런 두 방을 얻어맞았던 전력이 있던 투수로 올 시즌에도 이승엽에게 6타수 4피안타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엽은 4회 선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쪽 깊숙한 공중볼로 물러났다. 이승엽은 볼 두 개를 흘려보낸 다음 3구째 바깥쪽 약간 낮은 138㎞짜리 직구를 노려쳤으나 된통 맞은 타구가 펜스(122m) 바로 앞에서 잡혔다. 6회에 볼넷을 얻은 이승엽은 2루에서 아베의 안타 때 3루로 전력질주하지 못해 여전히 왼쪽무릎이 정상이 아님을 드러냈다. 요미우리 벤치는 1사 만루에서 3루에 있던 이승엽을 덕아웃으로 불러들여 쉬게해주고 대신 사이토를 대주자로 내보냈다. 이승엽은 이 경기에서 3타석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고 타율을 3할2푼3리로 약간 끌어올렸다. 요미우리가 4-0으로 완승했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