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이천희는 지난해 가을 큰 아픔을 한번 겪었다. 자신이 출연한 TV 드라마 ‘가을 소나기’가 시청률 2%대에 머물다 종연한 것이다. 아직까지 그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영화 ‘뚝방전설’에 함께 출연한 동료 박건형이 “방송 종료 때 애국가 시청률이 4%는 넘는다”고 놀리면 금세 얼굴이 벌개지면 말문을 닫는다. 오지호, 김소연, 정려원 등의 호화 캐스팅이었지만 ‘가을 소나기’는 드라마 시청률 사상 최저에 가까울 정도로 참패했다. “소속사에서 걱정할 정도였다”고 에두르는 말이 이천희의 당시 심정을 대변한다. 이후 박건형, MC몽과 함께 학원액션 영화 ‘뚝방전설’ 촬영에 합류하기 전까지 그는 연극무대에 섰다. “나에게 부족한 뭔가를 채우기위해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로 연극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모델 출신으로 186cm의 늘씬한 키에 깔끔한 마스크를 갖춘 특급 하드웨어가 몸에 걸맞는 소프트웨어를 찾기 위해 연극무대로 찾아간 셈이다. 이천희는 지난해 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에서 천정명, 김강우, 조이진 등과 함께 갑바 역으로 주연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도심 속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젊은 아웃사이더들의 청춘 이야기를 직접 화법으로 그려낸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와 후배들을 챙기는 스타일의 영화속 갑바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물이었다”고 얘기했다. “‘태풍태양’을 찍으면서 연기에 눈을 떴다”는 그가 가장 좋아했던 역할은 강동원 김하늘 주연의 ‘그녀를 믿지마세요’에서 경찰관 영득이다. 순진하고 어눌한 시골 경찰에게서 그는 자신과의 동질성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뚝방전설’에서 온갖 욕설과 허풍으로 싸우는 유경로(MC몽), 학교 짱인 카리스마 박정권(박건형)과 함께 지역 건달 세계의 성지나 다름없는 뚝방을 평정하는 기성현을 연기했다. 늘 친구들의 싸움을 앞장서 말리는 모범행이지만 어느 순간 펀치 한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인물. 첫 액션 영화 도전에서 이천희는 조금은 냉소적인 미소와 스타일리쉬한 주먹질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연기를 선보였다. “남들은 지루하다고 하는 데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무척 재미있게 봤고 다른 영화들도 좋았다”는 그는 “다음에 기회가 오면 꼭 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mcgwire@osen.co.kr 박영태 기자(장소협찬=인사동 프레이저 스위츠 호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