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구장이 타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타자가 쳤다. 외야를 향해 새카맣게 날아간다. 관중들은 "와~" 함성을 지른다. 타자도 의기양양한 얼굴 표정이다. 그러나 펜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외야수의 글러브에 들어간다. 평범한 플라이. 타자의 얼굴엔 낭패감이 흐른다. 올해 광주구장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해 같으면 홈런이 올해는 평범한 플라이로 둔갑한다. 광주구장의 그라운드를 넓힌 이후 이런 타구들이 속출하면서 홈런이 가물에 콩나듯 나오고 있다. 8월까지 광주구장에서 나온 홈런은 49경기에서 불과 48개. 경기당 1개 꼴이다. 8개팀이 본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7개 구장 가운데 단연 적다. LG와 두산이 홈으로 쓰고 있는 잠실구장이 115개로 가장 많지만 게임당 수치로는 대전구장이 84개(45경기)로 1위. 이어 문학구장(82개), 대구구장(69개), 수원구장(62개), 사직구장(54개)이 뒤를 잇고 있다. 광주구장이 타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구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개보수를 통해 외야를 넓혔다. 기존의 좌우 97m, 가운데 113m의 크기에서 좌우 99m, 가운데 120m로 넓혔다. 외야지역이 잠실구장(좌우 100m, 가운데 125m) 다음으로 넓어졌다. 게다가 외야에 110cm 높이의 그물망까지 설치, 펜스 높이도 3.1m로 높아졌다. 또 중앙에는 가로 22m, 높이 6.9m(펜스 높이 포함)의 '그린 몬스터'까지 세워 가운데로 홈런을 날리기는 잠실구장 만큼 어려워졌다. 이같은 구장 그라운드 확장은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까지 광주구장은 역대 두 번째 홈런공장이었다. 대구구장(3050개)에 이어 가장 많은 2704개의 홈런이 나왔다. 두 구장은 역대 홈팀에 슬러거들이 많았고 구장 크기도 작아 홈런이 많이 나왔다. 광주구장은 지난해에도 홈런수는 148개로 수원구장(149개)에 이어 2위, 경기당 홈런수는 1위를 기록했다. 투수보호 측면에서 본다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KIA 투수들의 경기당 피홈런수는 지난해 1.51개(56경기-89개)에서 0.60개(49경기-29개)로 대폭 낮아졌다. 사실상 투수들이 홈런공포증에서 벗어난 것이다. 올해 KIA가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4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기에는 구장 크기도 어느 정도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팀 홈런수 역시 1.05개(56경기-59개)에서 0.39개(49경기-19개)로 줄어들었다. 팀이 시즌내내 장타력 빈곤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친 이유기도 했다. 다시 말해 상대투수들도 광주구장에서 편안하게 던졌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투수들에는 기쁨을, 타자들에게는 절망감을 안겨주는 광주구장이다. sunny@osen.co.kr 광주 구장의 외야 중앙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