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이런 경우 '영양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일본 출신 '타격머신' 스즈키 이치로(33.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8월 30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홈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 빅리그 진출 후 통산 400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기록했다. 가히 '타격 천재' 다운 기록으로 그가 얼마나 안타 생산에 있어 천부적인 자질을 가졌는지 입증해준다. 지난 2001년 일본 오릭스 블루웨이브를 떠나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딛은 이치로는 2일 경기 전까지 통산 타율 3할3푼을 기록했다. 929경기 3964타수 동안 무려 1310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이 가운데 2안타 이상을 기록한 횟수가 400번이니 2.32경기에 한 번씩 멀티히트를 만들어낸 셈이다. '롱볼의 시대'인 21세기에 '데드볼 시대' 야구의 진수를 그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국적과 인종에 관계 없이 그가 모든 야구팬들로부터 큰 인기와 찬사를 받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올 시즌도 이치로는 여전하다. 133경기에서 타율 3할2푼 6홈런 38타점에 도루 36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다. 득점권 타율이 불과 2할1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주자가 있을 때 유독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주자 없을 때 3할3푼2리를 기록한 그는 주자가 한 명이라도 있을 경우 2할9푼3리로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표본이 작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7회 이후 1점차 안팎으로 접전 양상을 벌일 때는 3할1푼3리를 기록했다. 다만 시즌 전체로 볼 때 주자가 있을 때만 방망이가 사그러든 것이다. 보통 타자의 성적을 평가할 때 득점권 타율은 하나의 참고 자료 정도는 된다.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멘도사라인에 그친 타자가 시즌 3할 이상을 기록할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시즌 전체 성적이야 말로 타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득점권 타율 3할3푼7리를 기록한 점에서도 그가 유독 중요한 순간에만 약하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올 해 이치로는 바로 이 극히 드문 경우에 속한다. 어느 한 부분 부족한 점이 없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두고는 물방망이에 그친 셈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나를 꼬집어 설명하긴 어렵다. 이치로처럼 자기 관리의 우등생이자 상황에 따라 안타를 '만들 줄 아는' 선수가 한 시즌 특정 상황에서 부진했다고 폄하할 수도 없다. 이치로의 예는 득점권 타율 맹신이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귀중한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한 시즌 어떤 상황에서 특별히 못한 선수가 다음 해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거의 매년 수준급 시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선수를 두고 어느 한 해의 특정 상황 기록을 집어서 그 선수의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이승엽(30.요미우리)에 대한 이른바 '영양사'들의 입방아가 근거 없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