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최고흥행 기록, 축포만 쏴야돼나?
OSEN 기자
발행 2006.09.02 10: 03

‘괴물’이 2일 한국영화 최고흥행 기록을 다시 쓴다. 올 초 ‘왕의 남자’가 세운 1230만명 기록을 깨는 것이다. 축하만 할 일일까? ‘괴물’의 괴물스런 흥행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를 부각시켰다. 7월27일 개봉 당시 620개 스크린을 장악한 것부터가 잡음을 부르기 시작했다. 국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는 숫자다. 다른 영화들의 상영 기회마저 박탈한다는 싹쓸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제작사 청어람은 ‘극장주들의 요구대로 다 줬다면 700개 스크린도 가능했다’며 나름대로 스크린 과점을 자제한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괴물’ 프린트가 배급사 쇼박스를 통해 극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2주일 동안은 영화를 내리지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올 칸느영화제 상영과 국내 시사를 통해 언론, 평단, 관객의 호평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개봉 2주째 힘이 부쩍 떨어진 시점에 마땅한 경쟁작을 찾기도 힘들었다. 제작비 100억원을 들여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폭발적인 관객 동원을 시작할 주변 여건이 무르익었던 셈이다. 대신 장르적 다양성을 보장할 작은 영화들은 앞으로 설 자리 찾기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했다. . 요즘 한국 극장가는 개봉 첫 주의 스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 몇 개 스크린으로 시작했건 간에 첫 주 관객동원이 시원찮으면 극장측에서 가차없이 상영관을 줄이는 때문. ‘괴물’의 흥행 기간 동안 막을 올렸던 영화들은 그나마 1주일 동안 관객 입소문이 날 시간을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각설탕’ ‘몬스터 하우스’ 등 8월 개봉 영화들 가운데 몇몇은 200여개 이상의 스크린 수로 출발했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 주요 극장들 대다수가 오후까지는 스크린을 주고 정작 저녁 황금 시간대에 여기서 ‘괴물’을 트는 편법을 사용했다. ‘괴물’을 이미 본 관객이거나, ‘괴물’ 이외의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극장 나들이 때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쩔수없이 ‘괴물’을 봐야됐던 관객 숫자도 상당했을 것으로 영화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식으로 '괴물' 관객이 늘어날수록 다른 영화 상영 기회는 줄어들고, 이로인해 '괴물'을 봐야할 관객이 늘어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왕의 남자’가 스크린쿼터 축소와 관련된 부담을 안고 흥행했다면, ‘괴물’은 거대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이란 암초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mcgwire@osen.co.kr ‘청어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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