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체력과 집중력에 허점이 생겼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분명 약간의 틈이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강점은 탁월한 팀 정신과 공을 빼앗겼을 때의 순간적인 압박,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과 높은 수준의 체력 등으로 대표됐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6 독일 월드컵을 결산하는 통계자료 초안에서 한국 축구의 강점을 팀 정신과 압박, 잘 갖춰진 수비, 높은 수준의 체력, 지고 있을 때에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 등을 꼽았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07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1-1로 비긴 뒤 이란의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은 한국 취재진에게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바로 한국이 후반 막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점을 물고 늘어졌다는 것. 특히 갈레노에이 감독은 이같은 점을 다름 아닌 독일 월드컵에서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을 상대팀 감독의 자화자찬일 수도 있지만 한국 축구대표팀 내부에서도 같은 의견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 최성국은 3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가진 회복훈련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90분을 뛰면서 거의 이긴 경기를 놓쳤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한 뒤 "마지막 순간에 체력 저하가 있어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다지 몸싸움이 격렬하지 않았던 데다 이란 역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됐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후반 막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이란전에 국한하는 일회성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일이 계속 나온다면 쉽사리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강점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tankpark@osen.co.kr 이란전에서 허무하게 비긴 뒤 그라운드를 떠나는 태극전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