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 후속으로 준비되고 있는 SBS TV 새 월화드라마 독신천하(염일호 이해정 극본, 김진근 연출)가 ‘손해 볼 게 없는’ 가벼운 차림으로 ‘주몽’의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선다. 월화드라마에서 40%가 넘는 시청률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드라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거품을 빼고, 어깨 힘도 뺀, 손해 볼 것 없는 처지에서 덤벼들 수밖에 없다. 9월 4일 윤곽이 드러난 연기자 라인업을 보자. ‘불꽃놀이’의 윤상현, 가수 출신 연기자 이현우, ‘하늘이시여’의 강지섭이 남자 주인공으로, 영화배우 김유미, ‘달콤한 스파이’ 유선, ‘연애시대’ 문정희가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내 이름값이 얼마입네” 하면서 잔뜩 거품을 업고 갈 배우가 하나도 없다.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드라마에선 이름값만 갖고 함부로 달려들었다가 낭패 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맨날 똑 같은 연기, 똑 같은 패턴으로 자기 입맛에만 맞는 작품을 찾아가다 보면 연기자로서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뻔하다. 자기가 예전에 해 봤던 배역,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만 찾아 다니는 한심한 경우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신천하’의 캐스팅은 신선하다. 물론 ‘독신천하’도 처음부터 거품을 빼고 가겠다는 의지보다는 캐스팅 자체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간 탓이 있기는 하다. 경쟁 드라마가 ‘주몽’이다 보니 이름깨나 있는 배우들은 ‘자살 행위’를 하기 싫어했다. 오죽했으면 드라마를 기획한 SBS 드라마국 고흥식 CP가 “기획보다 캐스팅이 더 어렵다”고 말했을까. ‘독신천하’ 출연을 결심한 배우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이유도 이런 데 있다. 진정한 배우라면 작품과 배역만 보면 되지 상대 드라마를 의식할 까닭이 없다. 오히려 누구나 다 인정하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쌓아둔 ‘내공’을 눈치 볼 것 없이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드라마 내용도 어깨 힘을 쫙 뺐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섯 남녀의 일과 사랑을 코믹하게 그린다는 계획이다. 요즘 트렌드가 되다시피 한 ‘가벼운 웃음’에 틀을 꼭 맞춘 기획이다. 배우는 거품을, 작품은 어깨 힘을 뺐으니 ‘주몽’과 부담 없이 붙어서 최선을 다해 싸워 주기만 하면 된다. 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전혀 없는, 99.99% 손해 볼 일 없는 장사다. 100c@osen.co.kr 윤상현 김유미 강지섭(왼쪽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