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6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세계여자 청소년선수권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한국에도 큰 자극이 되는 '대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 결승전에서 중국에 5골 골세례를 퍼부으며 5-0으로 대승, 첫 참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선수권 본선티켓 3장이 걸린 지난 4월 아시아여자 청소년선수권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이 대회에서 중국을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한국은 내심 2연패를 노렸지만 일본과 북한에 잇따라 1-2로 무릎을 꿇으면서 1승 2패로 조 3위에 머무는 바람에 4강에도 오르지도 못했다. 결승전에서 중국에 0-1로 져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을 차지했던 북한은 불과 4개월 여만에 전혀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한국에게 2-1로 신승했던 북한은 독일 멕시코 스위스라는 만만치 않은 팀과 C조에 편성돼 8강 진출도 어려워보였지만 3연승으로 당당하게 조 1위를 차지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8명의 선수가 10골을 넣는 다양한 득점원을 자랑한 북한은 단 1골도 잃지 않는 위력까지 발휘했다.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비록 실점하긴 했지만 후반 45분 홍명금의 결승골로 2-1로 승리한 북한은 후반 42분에 터진 이은향의 결승골로 브라질과의 4강전까지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고 아시아선수권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중국에 5골을 퍼부으면서 정상에 등극했다. 불과 4개월 만에 아시아 2위에서 세계 정상까지 발돋움한 북한의 이같은 도약은 청소년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가 그대로 성인 무대로 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여자축구의 세계 정상 등극도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호주에게 아시아 4강 자리를 내준 한국 여자축구의 분발이 더욱 촉구되는 시점에서 북한 여자청소년의 세계 정상 등극은 자극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대사건인 셈이다. tankpark@osen.co.kr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북한 여자대표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