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투수 '풍년', 후한 스트라이크존 탓?
OSEN 기자
발행 2006.09.04 11: 06

“우타자 바깥쪽으로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한 개 빠지는 것까지 스트라이크로 잡는다. 그럼 타자들이 칠 수가 없다”. 올 시즌 유난히 ‘투고타저’ 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각 구단 타격코치들이 심판진을 향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소속팀에도 쓸만한 좌완 투수들이 한두 명씩 있지만 타자들이 특히 좌투수들에게 맥을 못추고 있는 것에 타격코치로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주말 수원구장에서 만난 현대와 롯데 코칭스태프는 ‘좌투수 풍년’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언급했다. 김무관 롯데 타격코치는 “예전에는 좌투수들이 우타자 몸쪽으로 크로스 공략하는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걸치는 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걸칠까 말까 하는 공을 많은 심판들이 스트라이크로 잡아주고 있다. 컨트롤이 좋은 좌투수는 거기서 공 한 개까지도 밖으로 빼면서 심판의 스트라이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면 우타자로서는 쳐낼 수가 없다”며 심판진의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넓다고 항변했다. 김 코치는 “좌타자들은 좌투수 공을 치기가 힘들다. 거기에 우타자들까지 바깥쪽 스트라이크에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치 않아도 좌완투수들의 볼 스피드는 타자들에게 우완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데다 바깥쪽 빠지는 공까지 심심치 않게 스트라이크가 되니 타자들이 견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대 김재박 감독과 김용달 타격코치도 견해를 같이 했다. 현대 코칭스태프는 “심한 경우에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방향으로 날아오다가 타자 앞에서는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는 변화구도 스트라이크가 된다. 좌투수들의 몸쪽 공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고 바깥쪽까지 후하니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다. 좌완 투수들이 올 시즌 유난히 잘나가는 데는 심판진의 후한 바깥쪽 스트라이크 판정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각 구단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유난스런 ‘투고타저’ 현상의 원인을 '리틀야구 때부터 야구에 소질있는 대형 기대주는 투수로 나서는' 추세와 심판진의 후한 스트라이크존에서 찾고 있다. 어떤 코치는 “상대 투수 연구보다도 그날 경기 구심의 판정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더 연구 과제다. 구심이 누구냐에 따라 타자들에게 공략법을 제시하고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올해는 ‘괴물신인’ 류현진(한화)을 비롯해 장원삼(현대) 장원준(롯데) 이혜천 금민철(이상 두산) 전병호(삼성) 전병두(KIA) 송진우 구대성(이상 한화) 등 각 팀에서 주축을 맡고 있는 좌완 투수들이 어느 해보다많고 호성적을 내고 있다. sun@osen.co.kr 좌완 신인으로 나란히 10승을 돌파한 류현진(왼쪽)과 장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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