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종격투기 프라이드 FC 진출을 선언한 지 한 달 여만에 데뷔전을 갖게 된 이태현(30, 팀 이지스)에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데뷔전 자체가 전향 선언 한 달만에 이뤄지는 등 너무 이른 데다 상대까지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 이는 프라이드나 입식타격기 K-1, K-1의 종합격투기 무대인 히어로스 등 여러 사례만을 살펴봐도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K-1 대회가 서울에서 처음 열린 2004년에는 이면주를 비롯해 '푸른 눈의 슈퍼 코리안' 데니스 강이 출전했다. 당시 이면주는 나카사코 쓰요시(일본)와 격돌했지만 수준 차이를 느끼고 무릎을 꿇었고 입식 타격기의 주기술인 펀치가 닌 종합 격투기에 맞는 주짓수를 주특기로 하는 데니스 강은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태국)의 한 에 그대로 실신 KO패한 경험이 있다. 모두 급하게 K-1 링에 오르다보니 생겨난 결과였다. 여기에 현역 절 46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는 등 세계 최고의 유도선수로 활약했던 윤동식은 데뷔전에서 당시 '프라이드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사쿠라바 가즈시와 맞붙어 1라운드 32초만에 KO패를 당했다. 윤동식 본인은 항복이 아닌 유도의 방어자세였다고 주장하지만 결과는 KO패였고 이후 아직까지 프라이드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의 경우는 약간 달랐다. 진출 선언 후 4개월이라는 준비기간도 있었고 처음부터 강타자와 맞붙지도 않았다. 첫 경기에서는 '퇴물'이나 다름없었던 와카쇼요(일본)를 쉽게 물리쳤고 4강전에서는 데뷔 후 단 1승도 없이 그저 몸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아케보노(일본)도 물리쳤다. 결승전에서는 카오클라이와의 현격한 체격 우세를 앞세워 연장전 끝에 이기고 정상에 올랐다. 이후에도 착실히 훈련하는 한편 '그린 베레' 팀 하워드(미국)나 아케보노와 경기를 치르며 실전 험을 쌓은 뒤 K-1 월드 그랑프리 2005 오사카 대회 개막전에서야 강호라고 할 수 있는 '야수' 밥 샙(미국)을 만났다. K-1 진출 선언 후 9개월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선수와 맞붙은 것이다. 9개월만에 만났을 때도 밥 샙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시만 해도 아무도 없었을 정도였다. 이태현이 데뷔전에서 만나는 히카르도 모라이스(브라질)는 아직까지 2전 2패로 승리가 없고 나이도 많지만 장신인 다 정통 브라질 주짓수를 했던 선수다. 프라이드 2000년 대회에서 챔피언에 올랐던 마크 콜먼(미국)과도 판정까지 가는 경기를 펼쳤던 경험이 있고 '60억분의1의 사나이' 표도르 밀리아넨코(러시아)의 동생인 알렉산더와도 싸운 경력이 있다. 이태현 측이 데뷔전을 앞당긴 이유는 실전을 통해 더 빨리 프라이드에 적응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실전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다지만 처음부터 너무 강한 상대와 맞붙는 것이 오히려 이태현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돌이키지 못하는만큼 이태현의 선전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