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위기의 드라마]젊은 연기자들, 기본조차 흔들린다
OSEN 기자
발행 2006.09.07 07: 36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는 것. 너무나 기본적인 조건이라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연기자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과거에는 각 방송사가 주최하는 탤런트 공채선발대회를 실시해 드라마에 출연할 배우들을 뽑았지만 현재는 방송사 공채 출신 탤런트보다 모델, 가수, 미인대회, 얼짱 출신이 더 많고 운 좋게 길거리 캐스팅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심지어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이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기자로 입문하는 경우도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천사들의 합창’에 출연했던 남보라가 최근 KBS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를 통해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것이 바로 이러한 예.
이들 중에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진정한 배우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연기자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제대로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에 뛰어드는 케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송사 제작진 측에서도 좀 더 참신한 얼굴을 찾기 위해 연기력 보다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보고 발탁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기초가 갖추어지지 않은 연기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된 것. 이러한 경우 이미지는 어울릴지 몰라도 어색한 연기 때문에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
SBS '사랑과 야망'에서 김미자 역으로 출연 중인 슈퍼모델 출신 한고은은 외국에서 살다온 이력 때문에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발음이나 억양 등 연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김수현 작가에게 개인교습을 받을 정도로 남다른 열의를 보이면서 예전에 비해 한층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우는 목소리가 어색하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는 MBC '궁'으로 스타덤에 올라 최근 KBS '포도밭 그 사나이'에 출연 중이지만 여전히 부정확한 발음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궁' 때와 비슷한 스타일의 캐릭터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시청자들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OOO, 연기력 논란’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스타들이 있는가하면 에릭, 성유리, 김민희, 윤정희의 경우처럼 과거에 비해 자연스러워진 연기 덕에 ‘연기력 논란을 잠재웠다’는 타이틀의 기사가 이슈가 되기도 하는 등 연기자는 모름지기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에 대한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요즘은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타고난 이미지를 잘 다듬어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해짐에 따라 젊은 연기자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작품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오면 과감히 'NO'를 외치기도 한다.
작품의 캐릭터에 자신을 맞추려하기보다는 배우 스스로의 고정된 이미지에 부합하는 캐릭터 위주로 작품을 선택하다보니 항상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바로 성공보증수표이기 때문에 굳이 무리한 연기변신을 시도해 이미지에 손상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너도나도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에 급급한 것.
전작이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경우에는 다음 작품에서도 이와 비슷한 캐릭터의 작품을 선택한다든지 또는 배우 스스로 고정된 이미지에 갇혀 똑같은 헤어, 패션 스타일만 몇 년 째 고수한다든지 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시청자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청자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 연기자에게는 가차 없이 사형선고를 내린다. 물론 상처가 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실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연기자의 연기를 1시간 내내 감상하고 있을 만큼 너그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미지에 순간 혹할 수는 있지만 이는 오래가기 어렵다.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진정한 연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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