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기자들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몇몇 중견 연기자들이 파격적인 변신으로 부각되는 일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몇몇에 해당되는 일일뿐 일반적인 얘기는 아니다. 이는 물론 젊은 연기자들의 인기와 관계가 깊다. 젊은 연기자들의 인기는 출연료와 연결되고 출연료는 또 다시 제작비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젊은 연기들을 안 쓸 수만도 없다. 궁극적으로 젊은 연기자들, 그 중에서도 인기 스타들의 출연여부는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고현정이 얼마 전 ‘여우야 뭐하니’에 출연하면서 회당 2000만 원 이상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액 출연료를 받은 스타들이 한꺼번에 화제에 오른 일도 있었다. 고로 중견 연기자들이 설 자리를 잃는 주요한 이유에 시청률과 스타 캐스팅에 소요되는 비용(출연료) 등을 들 수 있다. 보통 드라마 1회분을 제작하는 데 드는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쓰이게 되는데 그 중 주연 배우에 지급되는 돈만 절반을 자치한다고 한다. 스타를 캐스팅하는 데 드는 비용이 회당 2천만 원을 호가하는 실정이니 무리도 아니다 싶다. 남녀 주연을 캐스팅하는 것만으로 제작비의 반이 날아가는 셈이다. 나머지 돈으로 다른 출연자들의 출연료와 인건비, 소품비 등 기타 비용을 감당해야하는데 그렇다 보니 촬영이나 편집 등의 실질적인 제작에 드는 비용이 감소하고 이로써 드라마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작품 속에 PPL(Product Placement, 간접 광고)을 삽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PPL도 상업성과 작품의 퀄리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실제로 드라마 ‘루루공주’는 PPL 남발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일이 있다. PPL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보니 결국 화살은 애꿎은 중견 연기자들에게 돌아간다. 다른 출연자들의 수를 줄여서라도 지출을 아껴보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가족 구성원이 등장하기 힘들고 부득이하게 머리수를 채워야 할 경우에는 눈에 익은 연기자들보다도 엑스트라 급의 연기자들을 출연시키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했듯 일부 중견 연기자들이 망가지거나 파격적인 변신으로 재전성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하나의 경향, 즉 유행일 뿐 지속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결국 중견 연기자들이 돌아가야 할 곳은 작품이고 그 속에서 중견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작품이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대로 현실에도 반향을 일으키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올바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가족의 모습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이들 중견 연기자들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중견 연기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젊은 연기자들만 부각되고 화면을 독식하는 오늘날의 한국 드라마, 이제 반성해야할 때이다. orialdo@osen.co.kr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이 빛났던 드라마 '전원일기'./MBC 제공.
[특집-위기의 드라마]중견 연기자, 설 자리가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6.09.07 07: 36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