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전 꼴찌후보였으나 예상을 깨고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현대 유니콘스가 고비 때마다 출현하는 ‘복덩이’로 호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는 최근 불펜진을 이끌어온 마무리 박준수(29)와 우완 셋업맨 신철인(29)이 연투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승리 불펜조’인 이들이 자칫 부진에 빠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막판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대로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코칭스태프가 불펜진 피로를 걱정하고 있을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지난해 11승이라는 호성적을 내며 만년 백업에서 주전 투수로 성장했던 황두성(30)이 올 시즌 긴 부진에서 벗어나 지친 불펜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황두성은 올 시즌 어깨 수술을 받은 조용준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 낙점받고 시즌을 시작했으나 기대에 못미쳤다. 150km에 이르는 강속구가 주무기였으나 컨트롤에 문제가 생겼고 다른 변화구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블론 세이브를 잇따라 기록하면서 소방수 자리를 사이드암 박준수에게 넘겨줘야 했다. 박준수가 다행히 마무리로서 구실을 잘해내 황두성의 공백이 작아졌지만 황두성으로선 큰 짐이 될 뻔했다. 불펜 패전투수로 전락한 황두성은 시즌 중반까지도 지난해의 구위를 되찾지 못하면서 헤맸다. 그러다가 시즌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불펜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과 7일 경기서 연달아 구원 등판, 각각 2이닝 무실점과 3이닝 무실점의 특급 투로 이틀연속 구원승을 따내며 시즌 4승째를 마크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는 이처럼 뜻밖의 선수가 구멍을 메워주는 일이 올 시즌 내내 계속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수위타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택근이 외야 한 자리를 맡으며 타선의 주축 노릇을 해주고 있는 것은 물론 불안한 구석이었던 유격수에 ‘만년 2군멤버’였던 서한규가 붙박이로 자리를 잡아 안정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여기에 선발진에도 구멍이 생길 때 쯤이면 2군에서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선수가 공백을 메워졌다. 김수경과 손승락이 번갈아 부상 공백을 채우며 선발 로테이션을 원활하게 이끄는 데 힘을 보탰다. 대개 팀들이 주축 선수진 가운데 부상 등으로 한두 군데에 구멍이 나면 팀 전력을 최상으로 이끌며 성적을 내기가 힘들어지는 데 반해 현대는 운좋게도 그때 그때 대체선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가 현재 선두 삼성을 3.5게임차로 바짝 쫓으며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에는 이 같은‘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sun@osen.co.kr 황두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