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슬럼프 박중훈을 구할까?
OSEN 기자
발행 2006.09.08 10: 02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차기작을 선보인다. 박중훈 안성기를 주연으로 내세운 ‘라디오 스타’다. 이 감독은 7일 오후 서울극장 시사회에 참석, “지난해 12월 이 자리에서 ‘왕의 남자’를 소개했다. 성질이 급하다보니 딱 9개월만에 구(9)삭둥이로 또 영화를 들고 나왔다”며 “영화를 보면 골 때릴 것”이라고 인사말을 했다. 박중훈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이준익 감독이) 사극 ‘황산벌’을 같이 작업하고 서로 못보는 새 '왕의남자‘를 찍었다. 오랜만에 ’라디오 스타‘로 다시 만났는데 이렇게 촐랑대는 감독을 예전에 본 적이 없다”는 우스갯 소리로 객석을 웃겼다. 옆에 선 안성기를 가리키며 “안성기 선배는 ’국민 배우‘고 나는 ’군민 배우‘다. 우리 둘 다 그동안 영화 흥행이 안돼서 이번에는 일어서야 한다”고 진심이 절반쯤 섞인 조크를 했다. 이에 강우석 감독의 흥행작 ’투캅스‘ 이래 십수년 인연인 안성기는 “당신은 몰라도 나는 일어서 있었다”고 재치있게 맞받아쳤다. 박중훈은 1980년 후반~1990년 중반 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타였다. 톱스타를 출연시키느냐 마느냐에 따라 영화 흥행이 갈리던 그 시절에 그는 몸이 열 개라도 힘들만큼 찾는 곳이 많았고 숱한 히트작을 냈다.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맞이해 그는 여전히 바쁘고 늘 주연이다. 매년 한 두편의 영화는 거르지않고 찍고 있다. 그러나 2004년 ‘투 가이즈’부터 지난해 ‘천군’ , 그리고 올해 ‘강적’에 이르기까지 공 3개로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 이름값 못한 흥행 참패였고 영화평조차 별로였다. 이 감독의 영화 ‘황산벌’(2003년)에서 흥행배우다운 면모를 보인 뒤로는 영 힘을 못쓴 셈이다. 그런 박중훈에게 이 감독은 맞춤 영화를 만들어주며 흥행 재기를 권했다. ‘라디오 스타’는 모처럼 박중훈에게 딱 맞는 배역을 줬고, 그 옆에 찰떡궁합 안성기까지 세워서 두 천직 배우의 신명나는 연기를 일깨웠다. 80년대 최고의 록스타 최곤(박중훈), 아내와 딸을 팽겨쳐두고 오로지 최곤 돌보기에 나서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두 사람은 나이 차이 꽤 나는 형(안성기)과 아우(박중훈)의 관계지만 늘 형은 동생의 담배와 불을 챙기고, 배달된 자장면의 비닐 랩과 젓가락 포장까지 벗겨서 바치는 사이다. 헌신적인 매니저와 철없는 스타의 모습이 스크린에서 현실로 튀어나올 듯 생생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두 사람 관계의 한꺼풀 속내를 애정과 진심이란 양념으로 맛깔나게 버무렸다. 조그만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물 간 록스타가 인기 DJ로 부활한다는 진부한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않고 오히려 코미디 오락프로보다 더 웃기고,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는 멜로보다 코 끝이 더 찡해지는 영화를 만들었다. ‘왕의 남자’ 1230만 관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연출력인데 두 주연 배우를 향한 사랑이 바로 밑거름이다. 최근 영화들에서 조금은 억지스럽고, 약간은 부자연스럽던 박중훈은 ‘라디오 스타’에서 엄마 품으로 돌아간 소년처럼 푸근해 보였다. 이 감독의 자신의 최고 흥행작‘왕의 남자’ 축제를 함께 못했던 오랜 동료들에게 올 한가위 가장 값진 선물을 안길 참이다. mcgwire@osen.co.kr 주지영 기자 jj0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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