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헉, 아이구 죽겠다". '81득점의 사나이' 코비 브라이언트(28, LA 레이커스)의 클리닉이 열린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난데없이 거친 숨소리와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동안 게리 페이튼이나 빈스 카터,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르브론 제임스 등이 한국을 찾아 클리닉을 진행했지만 이처럼 참가자들이 녹초가 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코비 브라이언트가 철저하게 가르쳤다는 증거도 된다. 이날 선수들에게 ▲드리블을 멈추지 말 것 ▲자세를 낮추고 끊임없이 움직일 것 ▲공격수보다 먼저 움직여 수비할 것 ▲자기만의 트릭을 익힐 것 등 가드가 갖춰야 할 10가지 사항을 14명의 클리닉 참가선수들에게 전수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곧바로 1시간 30분여 동안 진행된 실전 훈련을 통해 수비와 속공, 리바운드 잡는 법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수비는 공격수를 공격하는 행위다. 절대로 서 있으면 안되고 공격수에게 공격 기회를 절대로 주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선수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있으면 훈련을 멈추고 다시 시범을 보이는 등 '농구 과외 교사'로서의 모범을 보여줬다. 여기에 속공 플레이와 리바운드 싸움을 할 때 자리를 선점하는 법, 의자를 놓고 하는 방향전환 훈련 등을 가르친 코비 브라이언트는 급기야 취재진 뿐 아니라 관중들과 클리닉 행사 관계자들도 깜짝 놀라게 한 특별 훈련을 실시했다. 바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체력 강화 훈련 때나 볼 수 있었던 '셔틀 런'. 농구는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에서 이겨야 하며 이를 위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코트 터치라인을 17번 가로지르는 셔틀 런 훈련을 지시했다. 한번으로 그칠 줄 알았던 셔틀 런 훈련이 계속되자 그야말로 선수들은 녹초가 됐다. 선수들이 울상을 지으며 힘들어하자 코비 브라이언트는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힘들면 더이상 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셔틀런에서 1등을 하는 선수에게는 내 사인이 담긴 농구화와 미국 대표팀 유니폼, 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선물하겠다"고 공언했고 이 말을 들은 선수들은 언제 울상을 지었느냐는 듯 이를 악물고 다시 셔틀 런에 참가했다. 셔틀 런은 무려 6번. 코트 터치라인을 무려 100회나 가로지른 것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들도 "보통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들의 클리닉을 하다보면 약간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코비 브라이언트는 아주 제대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고 훈련 모습을 참관한 관중들도 "완전히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났다"고 즐거워했다. 훈련에 참가한 이동하(광신정보산업고) 군은 "평소 존경하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만나 농구 선수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어 감회가 새롭게 뜻깊었다"며 "좀 힘들긴 했지만 뜻깊은 훈련이었다. 특히 NBA는 공격만 하는 줄 알았는데 새삼 수비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다"고 만족했다. 한편 이날 체육관에는 영화배우 다니엘 헤니도 참관, 직접 코비 브라이언트와 코트에서 실력 대결(?)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건강상 이유로 코비 브라이언트와의 또 다른 만남이 예정된 명동으로 향했다. tankpark@osen.co.kr 농구 클리닉 셔틀런에서 코비가 "1,2위를 차지하는 참가자에게 내 유니폼에 사인을 해 주겠다"며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손용호 기자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