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생애 2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다음날 자신과 경기에 대한 질문이 아닌 바나나에 관한 궁금증이 쏟아진 게 못마땅했나 보다. '러시아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9)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취재진을 향해 "챔피언 대접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저스틴 에넹을 2-0(6-4 6-4)로 완파하고 US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샤라포바는 11일(한국시간)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를 다시 방문했다. 각종 미디어 관계자를 만나 사진을 찍고 우승 소감을 다시 한 번 밝히기 위해서다. 그런데 취재진의 질문은 엉뚱한 관심사에 집중됐다. 전날 결승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쏟아졌던 바나나 관련 질문이 어김 없이 계속됐다. 이번 대회에서 샤라포바가 경기하는 동안 그의 부친인 유리 샤라포프가 어김 없이 자리를 잡았는데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질 때면 드링크를 흔들거나 바나나를 집어서 샤라포바의 눈길을 유도했다. 그럴 때마다 샤라포바는 어김 없이 아버지가 집어든 물건을 가방에서 꺼내 섭취해 "경기 중 금지 된 코치 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촉발했다. 미디어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샤라포바는 "바나나와 내 삶은 아무 관련이 없다. 내가 입는 의상, 내가 만나는 친구에 관해 얘기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우승에 관해 얘기할 때"라며 "제발 바나나 걱정은 접어두시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샤라포바는 이번 대회에 이브닝드레스를 방불케 하는 화사한 유니폼을 입고 나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연인으로 알려진 앤디 로딕과의 관계도 언론의 큰 취재거리가 됐다. 여기에 더해 바나나 논란마저 더해지면서 그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니 "나는 지금 챔피언이다. 제발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달라"는 샤라포바의 항변은 당분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