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강자’ 연개소문, ‘전투강자’ 주몽
OSEN 기자
발행 2006.09.12 09: 40

MBC TV 월화사극 ‘주몽’(최완규 정형수 극본, 이주환 김근홍 연출)이 ‘전투신’ 하나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9월 5일 방송된 31회분에서는 주몽이 이끄는 별동대와 양정이 이끄는 철기군 간의 전투를 빈약하게 그렸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는가 하면 11일 방송된 32회 전투신에서는 세련되고 환상적인 묘사로 시청자들의 극찬을 들었다.
전투신으로 곤욕을 치른 드라마는 ‘주몽’ 말고도 또 있다. SBS TV 주말 대하드라마 ‘연개소문’(이환경 극본, 이종한 연출)도 1, 2회에 방송된 ‘안시성’ 전투에서부터 고구려-수나라 전쟁에 이르기까지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다. 방송 이후에는 매번 네티즌의 호평과 혹평을 번갈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연개소문’과 ‘주몽’의 전투신을 비교하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두 드라마가 전쟁을 묘사하는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한 마디로 ‘연개소문’은 전쟁에 강하고, ‘주몽’은 전투에 강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개소문’은 일단 규모면에서 앞선다.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고 400억 원 규모의 제작비가 말해 주듯 물량 공세에서는 분명 ‘주몽’을 앞지른다. 동원된 엑스트라의 규모나 CG의 정밀도, 그리고 군사를 움직이는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모의 경쟁력’이 때로는 비현실적인 전투장면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전쟁 영웅’은 있지만 ‘전투 영웅’은 찾아 볼 수 없는 맹점이 발견됐다. 안시성 전투를 지휘한 연개소문, 고구려-수나라의 요하전투를 지휘한 영양왕과 을지문덕, 고구려-수나라의 해전을 지휘한 고건무는 있었지만 그 전투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한 ‘전투 영웅’은 없었다. 또 결정적인 전술 묘사에 있어서는 중국의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를 과다하게 차용했다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주몽’은 전투신의 세밀한 묘사에 상당한 강점을 보이고 있다. 11일 방송된 32회에서 보여준 놀라울 만큼 세련된 전투신이 그 예다.
한나라 장수와 부여의 나로가 맞붙은 기마전투 장면은 그 백미였다. 말 위에서 창으로 수 합을 겨루다 말에서 내려와 다시 칼로 대결을 펼친 장면은 ‘주몽’ 전투신의 세련미를 엿볼 수 있는 명 장면으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몽’은 ‘해신’, ‘태조왕건’ 등 기존 대하 사극과 ‘연개소문’이 전투신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세부 묘사에 있어서는 시청자들이 흥미를 끌 만한 디테일한 장면을 곳곳에 배치해 지루함을 덜었다. 전투신 자체의 규모와 위력보다는 전투를 치르는 주인공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밀하고 세련되게 묘사해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방식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주몽이 군사들의 오줌을 모은 통에서 생긴 버캐와 청미래덩굴 가지를 태운 재를 섞어 소탄을 만든 후 이를 연에 매달아 한나라 진영에 띄워 공격을 개시하는 장면 역시 신선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주몽’은 디테일한 묘사에 신경을 기울여 규모의 열세에서 촉발되는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보통 수백명의 군사들이 싸우는 전투신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지난 주 고작 수십 명의 인원으로 전투신을 찍어내 적잖은 비난을 받았던 ‘주몽’은 적은 인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연개소문’과 ‘주몽’에서 포착되고 있는 전투신의 차이는 결국 관점의 문제인 듯하다. 전쟁에 초점을 맞추느냐, 전투에 초점을 두느냐의 차이다. 같은 고구려사를 다루는 두 드라마는 퓨전과 정통의 차이처럼 전투 장면을 묘사하는 방법에서도 뚜렷하게 구별되는 개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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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신에서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연개소문’(위)과 ‘세부 묘사’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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