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린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는 관객들의 감정을 한 순간에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눈물을 자극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공지영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은 감정을 폭발시켜 눈물을 자극하지 않는다. 대신 주인공들의 절제된 감정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영화다. 9월 8일 서울 인사동 프레이저 스위츠에서 만난 ‘우행시’의 두 주인공 이나영과 강동원이 영화의 절제해야만 했던 감정 연기에 대해 털어놨다. 먼저 강동원은 “영화 속 상황이 워낙 절박하다. 때문에 감정이 터져 나올 수 있는데 절제해야만 했다. 송해성 감독이 감정을 죽여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차라리 터져나오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다면 사형수인 윤수 캐릭터를 좀 더 쉽게 연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나영도 영화 속 감정연기에 대해 “눈물이 슬픔의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나영이 분한 유정은 영화 후반부에 병실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찾아가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응어리를 풀고 용서를 한다. 이 장면에서 이나영은 눈물 한 방울 조차 흘리지 않으려고 했었다.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됐지만 이나영에게는 못내 아쉬운 듯 느껴졌다. 송해성 감독과 강동원, 이나영은 그렇게 ‘우행시’의 감동을 철저하리만큼 절제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관객들을 위한 배려이다. 등장인물들이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가지만 결국엔 흘리는 눈물은 관객들의 몫이라는 판단에서다. 보통 ‘우행시’같은 영화는 가을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가슴 시린 사랑이라는 소재 때문에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할 요소는 많다. 윤수(강동원 분)가 사형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사형을 기다려야만 하는 초조함, 어린시절에 입은 상처 때문에 성장이 멈춰버린 유정의 고뇌와 용서 등 영화 곳곳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우행시’는 그런 요소를 이용해 보는 이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지 않는다. 그들의 절제된 감정이 더 가슴 한 쪽을 시리게 만든다. 한층 더 성숙한 이나영과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로 거듭난 강동원이 주연한 ‘우행시’는 9월 14일 개봉한다. pharos@osen.co.kr 주지영 기자 jj0jj0@osen.co.kr/ 프레이저 스위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