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는 다재다능한 배우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어디 하나 꿀릴 데가 없다. 25살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그의 연기는 곰삭은 냄새를 풍기고 앳된 얼굴 속에는 산전수전 풍파가 보인다. 48장 화투패의 깊고 끝없는 수렁에 빠지는 '타짜'를 연기에 그만한 적역이 없는 셈이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동시에 맡았던 최동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고니 역엔 조승우를 염두에 뒀다. 그리고 촬영 전에도, 촬영을 마친 후에도 조승우란 배우를 만난 것은 이 영화의 행운이라 확신한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천재' 소리를 들으며 혜성처럼 나타났던 최 감독이 조승우란 배우에게 던지는 찬사는 그 이상이다. 콧대 높은 김혜수는 한술 더 떳다. 조승우를 놓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너무 잘해 가끔 그에게 질투심을 느낀다"고 했다. 영화 '타짜'에서 치마안 속곳과 요염한 눈매로 뭇 남정네를 현혹할 그녀는 고니 역의 조승우와 밀고 당기는 사랑 싸움, 아니 연기 대결을 펼쳤다. 조승우에게 '타짜'는 10번째 영화다. 고전 '춘향전'의 이도령으로 스크린에 처음 등장한 그는 '와니와 준하' '후아유' 'H' '클래식' '하류인생'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갖가지 역할을 소화했다. 최대 히트작은 지난해 자폐증 마라토너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말아톤'. 전국 관객 500만을 끌어모았다. 올해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일본과 국내 앵콜 공연에서 변치않는 성가를 발휘했지만 연인 강혜정과 동반 출연한 멜로영화 '도마뱀'의 흥행은 저조했다. 그런 그가 올 추석 극장가에서 '가문의 부활' '라디오 스타' '잘 살아보세' '구미호 가족' 등 쟁쟁한 한국영화들과 세게 맞붙어 화투패를 쪼고 있다. 조승우의 신들린 손바닥 안에 어떤 패가 감춰져있는지, 과연 밑식(사기 화투 기술)으로 삼팔 광땡을 챙겨뒀는지 지켜 볼 일이다. mcgwire@osen.co.kr '타짜'의 한 장면(싸이더스 FNH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