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드라마 시장이 또 다시 동반침체에 빠졌다. SBS가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하면서까지 시작한 ‘무적의 낙하산 요원’(김기호 박상희 극본, 이용석 연출)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KBS 2TV의 ‘특수 수사일지-1호관 사건’(유숭열 극본, 권계홍 연출)도 뛰어난 실험성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돌아와요 순애씨’ ‘투명인간 최장수’ 같이 뚜렷한 개성과 색깔로 어필하던 작품들로 한 때 활기를 띠던 수목 드라마 시장이 후속작의 부진으로 다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9월 13일 방송된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는 SBS TV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16.8%(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특수 수사일지-1호관 사건’이 9.4%, MBC TV ‘오버 더 레인보우’가 6.8%의 시청률을 보이는데 그쳤다. 전작들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진 시청률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은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다. 주변 정황으로 보면 수목극을 평정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놓여 있었던 작품이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다. 앞선 드라마가 시청률 25%를 넘보던 ‘돌아와요 순애씨’여서 그 후광을 입을 수 있었고 뚜렷이 맞설만한 경쟁 드라마도 없어, 그야말로 무주공산의 상태였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3회분이 전파를 탔는데 오히려 전주보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받았다. 경쟁 드라마도 없는 상황에서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고 말하기가 창피한 수치를 얻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주인공 에릭과 주변 인물과의 부조화이다.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심각한데 에릭 혼자 코믹하다. 비밀 정보국 일이라는 설정 자체가 사실은 심각하고 진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팽팽한 긴장감을 희극적 요소로 순화시키기 위해 투입된 ‘낙하산 요원’ 에릭이 주변부와 녹아 들지 못하고 혼자 떠도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위기를 이끌지도, 그 분위기에 동화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비밀 정보국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 진행되는 탄탄한 짜임새가 필수적이지만 코믹한 주인공 에릭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비현실적 요소가 곳곳에 침투하고 우연이 남발되고 있다. 비밀 정보국의 무거운 분위기를 ‘코믹 요원’ 에릭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현실이 노출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작이 없는 것도 시청자의 관심 유발에 실패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전 제작된 4부작 ‘특수 수사일지-1호관 사건’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렇다고 크게 기대를 할 수도 없는 것이 워낙 초미니시리즈 인지라 시간을 두고 기다릴 처지도 아니다. 결국 고개 떨군 수목드라마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MBC와 KBS가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내주 첫 방송(20일)을 준비하고 있는 고현정 천정명 주연의 ‘여우야 뭐하니’와 10월 11일 방영을 기다리고 있는 하지원 주연의 KBS 2TV ‘황진이’가 가세하면 그 때야 진정한 승부가 가려질 것이고 수목극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100c@osen.co.kr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SBS TV ‘무적의 낙하산 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