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얻은 야구 인생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내보낸 구단에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제2의 야구 인생을 구가하는 선수와 새로운 소속 구단, 그리고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일이다. KIA 조경환(34)과 두산의 이종욱(26)이 올 시즌 ‘웨이버 야구’를 활짝 꽃피우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외야수들인 조경환과 이종욱은 이전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방출되는 설움을 겪었다. 자칫하면 야구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처지였던 둘은 다행히 새로운 팀을 만났고 ‘보은타’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신예들에 밀려 주전 외야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2군에서 머물다 지난 7월 SK에서 방출된 뒤 KIA에 정착한 우타자 조경환은 전성기 못지 않는 방망이 솜씨로 KIA의 보물이 됐다. 조경환은 지난 15일 인천 SK전서 결승 2루타를 터트려 ‘4강 싸움’에 피를 말리고 있는 새 팀 KIA에 귀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친정 팀 SK로선 속이 쓰릴 만한 한 방이었다. 타율은 2할대 초반으로 좋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씩을 터트려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의 톱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좌타자 이종욱은 새로운 둥지인 두산에서 보물이 된 지 오래다. 전준호 송지만 등 베테랑 외야수들이 버티고 있어 자리가 없는 현대에서 방출된 후 두산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치며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현대는 상무에서 군복무할 때 보류수당까지 지급하는 등 기대주로 키웠으나 베테랑들에 막혀 어쩔 수 없이 방출하게 됐다. 두산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종욱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앞세운 톱타자로서 두산 승리를 이끌고 있다. 전매 특허인 빠른 발로 현재 도루 46개로 당당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도 3할1리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에 이전 소속팀들은 속쓰린 일이지만 현 소속팀에게는 ‘굴러온 복덩어리’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활약 때문에 ‘선수를 함부로 방출하기 힘들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2군에 머물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서는 적극 권장해야 할 제도가 ‘웨이버’다. ‘웨이버’는 원래는 ‘권리 포기’라는 뜻으로 구단이 소속 선수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방법이다. 방출이라고도 한다. 구단이 시즌 내에 소속 선수와 계약을 해지하려 할 때 해약에 앞서 다른 구단에 대해당 선수의 계약을 양도받을 의향이 있는지 공개적으로 묻는 것이다. 다른 구단은 공시 후 7일 이내에 계약 양도신청을 하고, 공시를 한 구단은 양도신청을 한 구단에 무조건 선수를 내주어야 한다. 다른 구단의 요청이 없으면 대상선수는 자유계약선수가 되고 반대로 선수가 웨이버 공시를 거부하면 임의탈퇴선수로 묶이게 된다. 한국 프로구단들은 대부분 조경환 이종욱처럼 타 팀으로 옮겨 펄펄 나는 선수들이 나올까봐 웨이버 제도를 잘 활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웨이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침체에 빠진 프로야구에 새로운 볼거리와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선수협에서는 구단들이 웨이버 제도 활용을 꺼리자 ‘룰 5드래프트’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부 구단에서는 웨이버를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2군에서 기회를 못얻고 있는 선수들이 타 팀에서 새로운 야구인생 찬스를 잡을 제2의 조경환, 이종욱이 계속 나올 전망이다. sun@osen.co.kr 이종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