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시즌이 끝난 후 KIA와 현대는 트레이드 논의를 활발히 벌였다. KIA는 우승 전력을 꾸리기 위해 현대 거포 박재홍(33)을 원했고 현대에서는 신예 내야수를 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박재홍과 정성훈(26)이 맞트레이드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 후 박재홍은 부상 등으로 기대에 못미쳐 SK로 팀을 옮기게 된 반면 현대는 정성훈의 가세로 공수를 겸비한 탄탄한 내야진을 구축,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KIA로선 배아픈 일이 된 것이다. 당시 양 구단간 트레이드가 논의될 때 현대에서는 신인이던 이현곤(26)을 더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IA가 공수를 겸비한 이현곤을 지키는 대신 정성훈을 내줬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KIA에 남게 된 이현곤은 2003년과 2004년을 평범하게 보낸 후 지난해 3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에 들어갔다. 그러다 갑상선 질환으로 지난 4월 의병제대해 복귀했다. 올해는 제대로 훈련을 못해 대수비 정도로 여기고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회마다 맹활약을 보였다. 그렇게 돌아온 이현곤은 공수에서 짭짤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4강 싸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6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이현곤은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3-2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스리런 홈런을 터트려 팀의 6-2 승리에 기여했다. 수비에서도 주포지션인 3루는 물론 홍세완이 부상으로 비웠을 때는 유격수를 맡는 등 ‘전천후 내야수’로서 한 몫을 해내고 있다. 동계훈련 부족으로 현재 타율은 2할5푼6리에 5홈런 24타점으로 평범하지만 수비에서 높은 공헌도를 자랑하고 있다. 가끔씩 터트리는 홈런 한 방의 영양가가 높다. KIA로선 4년 전 이현곤을 내보내지 않고 지킨 보람을 이제야 맛보고 있는 셈이다. 정성훈이 KIA에 남고 이현곤이 현대로 갔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