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용병 VS 무승 10패 투수.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 승리로 4위를 재탈환한 KIA는 17일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 선발로 우완 용병 그레이싱어를 내세운다. 지난 시즌 도중 리오스(두산)를 포기하고 선택했던 그레이싱어는 올 시즌 12승 12패 평균자책점 3.24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서정환 KIA 감독은 올 시즌 4강 싸움의 최대 분수령이 될 17일 더블헤더 1차전에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 그레이싱어를 선택한 셈이다. KIA는 16일까지 두산에 0.5경기 차 앞서 있다. 그러나 경기수는 KIA가 2경기 더 많이 치렀다. 따라서 KIA로서는 그레이싱어를 투입한 1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2차전에 대한 중압감을 덜 수 있다. 반면 김명제를 예고한 두산은 선발의 무게에서 두산에 밀린다. 김명제는 올 시즌 36경기에 등판해 0승 10패에 평균자책점 5.19이다. 데이터로는 그레이싱어와의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뒤처진다. 그러나 최근 김경문 두산 감독의 투수 기용술은 선발-불펜의 분업화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있다. 승산이 보인다고 판단되면 바로 김명제를 내리고 박명환-이혜천의 등판까지도 적극 검토할 것이다. 이 점은 16일 한기주를 5회부터 올려 성공한 서정환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격에서도 대량 득점을 노리는 방식보다는 적은 득점이라도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쪽에 주력할 게 유력하다. 그러나 더블헤더란 점에서 양 감독의 전략적 판단 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절대로 이겨야 할 경기이지만 문제는 2경기란 사실에서 김경문-서정환 감독의 딜레마가 자리할 것이다.
